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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중남미 ③]‘마초 정치’에 몰락의 길 걷는 남미 여성 영웅 3인방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상원의 대통령 탄핵심판 의견서 채택으로 사실상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다음 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국가 재무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한 때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끝없이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에 고심하고 있다.

남미의 여성 지도자들이 잇따라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불과 5년전만 해도 ‘남미의 여걸’로 남미 정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올 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 딴 판이다. 한 마디로 남미 여성 영웅 3인의 몰락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저유가로 인한 경제난에 거미줄처럼 정치권을 옭아매고 있는 국영기업의 조직적인 부패사슬에 대통령직 업무가 정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재선에 도전했을 때 경제가 좋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공공지출을 확대하고 경기침체 수준을 감추는 등 정부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는 상원 전체회의가 탄핵 여부를 최종 표결할 때가지 최장 6개월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으며, 전체회의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결국엔 대통령직에서 쫓겨나게 된다. 

공교롭게도 호세프 대통령의 뒤를 이은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은 새로 구성한 내각을 모두 남성들로 채웠다. 이와 관련 15일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와 행정수도 브라질리아, 남동부 지역의 또 다른 경제 중심지 벨루오리존치 시 등에선 ‘반 테메르’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사법 당국의 부패 수사 대상에 오른 정치인들이 대거 각료로 임명되고, 여성이 단 한 명도 각료에 진출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비난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남미의 또 다른 영웅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까지 재임하는 동안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인위적으로 시장 환율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하도록 해 국가에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여성 지도자의 추락은 불과 5년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2011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후임으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으며, 바첼레트 대통령은 80% 이상의 지지율 속에 첫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쳤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남미 여성지도자들의 몰락은 아직도 남미 정치권에 깊숙히 뿌리 박혀 있는 ‘마초 중심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패 스캔들과, 유가하락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이들 지도자에 대한 불만족을 고조시킨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성들이 이끄는 변화에 저항하는 정치권의 남성 중심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영향력 있는 정치 해설가인 세르히오 베렌스테인은 “성(Gender)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면서도 “(여성들이 이끄는) 변화에 저항하는 강력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할당제도(쿼터시스템)에 따라 남미에서 여성 정치인이 경력을 쌓아 왔지만, 전통적인 남성 중심적인 태도와 남자다움이 강조되는 현상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 예로 브라질 대통령 권한 대행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미인대회 참가자와 결혼한 사례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패션디자이너와 결혼한 일 등을 거론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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