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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번엔 스페인! …中재벌 2500명 직원 단체휴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열의 나라’ 스페인 마드리드 국제공항에 약 25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총 5박6일 일정으로 포상휴가를 받은 중국 재벌 톈스그룹(天狮集团)의 직원들이다. 2000명이 넘는 관광객 모두 한 회사에서 보낸 직원들이란 점에서 스페인 현지 언론을 비롯한 주변 유럽국들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중국에서 온 ‘월척’ 손님들의 대규모 방문에 전통의상을 입은 스페인 민속 무용단까지 출동했다. 전통춤 플라멩고 의상을 입은 스페인 남성과 여성이 톈스그룹 임직원 및 사원들을 춤으로 맞이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번 방문은 톈스그룹의 리진위안(李金元ㆍ58) 회장이 창립 21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내린 포상휴가 차원이다. 마드리드와 그 근교인 톨레도, 바르셀로나를 여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멩고 전통 의상을 입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맞고 있는 스페인 민속 무용단

리진위안은 이번 관광 비용으로 700만유로(약 92억8000만원)를 선뜻 부담했다. 톈스그룹 직원들만을 위한 비행기 20대와 고속열차 4대, 호텔 객실 1500여개, 각기 다른 투어버스 70여대가 이에 포함됐다. 이들은 투우경기와 플라멩고 공연 등 문화생활도 공짜로 이용했다. 투어버스 70대가 각각 향하는 목적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페인이 예술과 문화, 역사의 고장인만큼 박물관과 건축물 등의 유명 관광명소를 돌아본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규모 ‘치맥(치킨과 맥주)파티’를 벌인 것처럼, 톈스그룹도 스페인 전통 요리 파에야와 전통주 상그리아로 이뤄진 야외 저녁파티를 만끽했다. 직원들은 5일간의 일정동안 무료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상당히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리쭝민 부회장이 마드리드 시장 마누엘라 까르메나와의 미팅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직원들이 축제를 즐기는 동안, 톈스그룹의 수뇌부는 ‘기업 활동’을 벌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리 회장의 아들인 리쭝민(李宗民) 톈스그룹 부회장은 전직 인권 운동가 출신 마드리드 시장 마누엘라 까르메나(Manuela Carmena)를 만나 회의를 가졌다. 한편, 스페인 방문에 리 회장이 참석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관광휴가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리 회장은 평소 직원들을 살뜰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창립기념 여행으로 스페인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따뜻하고 친근하며 정열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성격을 첫 번째로 꼽았다. 관광객에 친절하고 적극적인 스페인 사람들이 직원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직원들의 기호도 반영됐다. “직원들이 스페인 문화와 역사, 맛있는 음식과 축구를 좋아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리진위안 회장

지난해에도 리회장은 직원들의 포상휴가를 주도한 바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사원 6400명을 데리고 프랑스 니스를 다녀온 것이다. 이는 프랑스 사상 최대 단체관람객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중에는 건강과 레저상품 영업을 맡은 비정규직 사원들이 대다수 포함돼 리 회장의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도 함께 화제가 됐다. 당시 니스시 당국은 텐스그룹의 방문으로 약 2천만유로(245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맛봤다고 전했다.

리 회장은 1995년 중국 톈진에 톈스그룹을 설립해 생명공학, 헬스케어, 금융, 부동산, 무역, 전자상거래, 교육, 레저, 호텔 및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2년만에 글로벌시장에 진입하며 190개 국가에 자본을 가진 다국적기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청주(靑州) 출신 리진위안은 자선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약 1억달러를 투자해 톈스메이징 국제자선재단을 설립하는가 하면, 톈진 티안시 대학에 1억달러를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톈진의 최대부자인 리 회장의 개인자산은 6조7000억원이다.
 
프랑스 니스 거리에 톈스그룹 직원이 몰려 장관을 자아냈다.

포상휴가로 해외여행을 보내는 중국 ‘큰손’ 기업가들의 남다른 스케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얼마 전 8000명의 중국 유커들이 한국을 찾아 반포한강공원에서 초대형 삼계탕 파티를 열었다. 이들은 바로 건강제품기업 난징중마이커지유한공사(成立南京中脉科技发展有限公司, 이하 중마이그룹)의 사원들이다.

지난 6일, 9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대규모 단체관광과 중국인 특유의 큰 씀씀이에 한국 경제도 같이 살아났다. 한국관광공사는 중마이그룹 방문으로 단 열흘간 495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중마이그룹을 이끄는 창업주 왕여우산(王尤山)은 2013년에도 판매사원 2000명을 서울로 보낸 이력이 있다. 이들은 전부 정직원이 아닌 판매사원 신분으로 방한해 주목을 끌었다.

궈청린 회장

지난 3월 화장품 및 건강보조식품 업체 아오란그룹(傲澜)도 해외탐방으로 인천 월미도를 찾았다. 문화의 거리에서 진행된 대규모 ‘치맥(치킨과 맥주)파티’의 주인공이다. 아오란그룹 역시 6000명의 임직원 중 비정규직이나 마찬가지인 판매사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창업자 궈청린(郭成林ㆍ33)은 그간 우수 판매 사원들의 포상휴가지로 대만과 홍콩 등을 선택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아오란과 중마이그룹 등 중국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엔 한국을 향한 중화권 시민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한류영향 등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국 기업의 대대적인 해외 포상휴가는 작년부터 시작됐다. 앞으로 매년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 관련자는 귀띔하지만, 각 기업의 정확한 향방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해외탐방으로 이어지는 중국 직원들의 포상휴가는 부상하는 중국 경제의 잠재적 능력을 증명한다는 의미에서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게다가 대다수 ‘비정규직’ 사원에게까지 아낌없이 복지를 베푸는 대륙부호들의 씀씀이를 보면, 앞으로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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