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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 때문에 성공… 20대 흙수저의 반란
장학금 앱 ‘스콜리’ 창업주 크리스토퍼 그래이

가난 때문에 장학금 찾다가 유료앱 개발 ‘대박’
자신이 15억원 장학금 받은 대학 입학경험 살려
사는 州·성적·인종 등 8개 항목 입력하면 매칭
창업 2년새 60만명 이용…장학금 227억원 조달



대학 입학 장학금이 무려 15억원? 사실일까? 혹 ‘장학금 로또’라도 있는 것일까?

미국에는 실제로 130만달러(14억8031만원)를 받고 대학에 입학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크리스토퍼 그래이(Christopher Grayㆍ24). ‘스콜리(Scholly)’ 창업주다.

스콜리는 미국의 수많은 장학금 프로그램을 학생들과 연결시켜주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살고 있는 주(州)와 인종, 성적, 성별, 전공 등 8개 항목을 입력하면 이용가능한 장학금을 실시간 매칭해준다. 스콜리의 모바일 앱 버전은 99센트, PC버전은 2.99달러를 내야하는 유료 서비스. 하지만 수천개 장학금을 눈깜짝할 사이 검색해주는 독보적 강점을 갖고 있다. 출범 2년이 채 안돼 이용자 수 60만명, 조달 장학금액 2000만달러(227억7400만원)를 돌파했다. 


가난에서 찾아낸 기회=그래이가 장학금 박사가 된 것은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 싱글맘 슬하에서 두 명의 형제들과 함께 자랐다. 성적은 우수했지만 대학 등록금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이는 대학 진학을 위해 ‘장학금 찾기’에 매달렸다. 적합한 장학금 프로그램을 찾아 신청하기까지 ‘패스트 웹(Fast Web)’이나 ‘스칼라십스닷컴(Scholarships.com)’ 서칭에 길고 고된 시간을 쏟아부었다. 개인정보 입력에만 20분이 걸렸다. 장학금 관련 사이트가 찾아낸 수백개의 장학금을 적합한 순으로 다시 분류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들었다.

집에는 인터넷도 갖춰지지 않았다. 지역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시간을 토막내 인터넷에 접속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때는 휴대폰으로 장학금을 신청해야 할 때도 있었다. 장문의 에세이를 써서 그것을 컴퓨터로 입력한 후 작은 화면의 휴대폰으로 보내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지치고 화가 났다. 포기하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래이는 “이것만이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그의 노력은 놀라운 결실로 돌아왔다. 세계 1위 부호 빌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포함해 여러 단체로 부터 총 130만달러의 장학금을 받았다. 그는 이를 통해 필라델피아 드렉셀 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4년간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보장받았다.

그래이는 “장학금 정보는 온라인 상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며 “약 7개월간 매주 12시간씩 장학금 찾기와 신청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면서 “보다 쉽게 적합한 장학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스콜리 정보 입력 앱화면 모습.

샤크탱크 출연 후 ‘스콜리’ 대히트=그래이는 대학 입학후 장학금을 찾아주는 앱 스콜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장학금 찾기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그래이는 앱을 개발할 만한 기술적인 전문성이 부족했다. 드렉셀대에서 만난 앱 개발자 닉 피롤로가 2000여개의 장학금 프로그램을 분석해 매칭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작업을 도맡았다. 또 브리슨 알레프가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스콜리는 그렇게 2013년 5월 탄생했다.

스콜리는 개인정보 8개를 입력하면 알아서 장학금을 찾아준다. 연결된 장학금을 클릭하면 연간 지급 장학금 총액과 신청조건, 서류제출시한 등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

스콜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그래이가 미 ABC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 ‘샤크탱크(shark-tank)’에 출연하면서. ‘샤크탱크’는 성공한 사업가들 앞에서 상품가치와 사업모델을 설명해 투자유치를 받아내는 프로그램이다. KBS의 창업지원프로그램 ‘황금 펜타곤’(종영)과 비슷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최대 학자금 대출회사 샐리 매이(Sallie Mae)의 보고서를 인용해 “2012~2013년 동안 미국 가정의 40%가 대학 진학을 위해 장학기금을 이용했지만 여전히 1억달러(1139억원)의 장학기금이 매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콜리의 장점과 자신의 경험담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래이의 프리젠테이션은 샤크탱크의 까다로운 패널인 패션 브랜드 후부(Fubu)의 억만장자 데이몬드 존과 귀걸이 보관함으로 대박을 터뜨린 5000만달러 자산가 로리 그라이너의 마음을 움직였다. 데이몬드 존은 “나도 싱글맘 슬하에서 자랐고 아르바이트를 3개나 했지만 현실은 척박했다”며 그래이의 노력에 공감을 표했다. 로리 그라이너는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며 “수익을 떠나 그래이의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샤크탱크 출연으로 스콜리의 인지도는 수직상승했다. 샤크탱크가 미국 전역에 전파를 탄 후 스콜리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3주간 인기앱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또 ‘백악관 마이 브러더스 킵퍼 이니셔티브(White House My Brother’s Keeper Initiative)’와 파트너십을 맺고 매해 미 전역 27만5000명의 고등학생들에게 스콜리 앱을 제공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덕분에 그래이는 지난해 ‘언스트앤영 최우수 기업가’이 선정됐고, 올해는 포브스가 뽑은 30세 이하 유명 기업인 ‘30 Under 30’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이는 “사회적 보호망이 덜 갖춰진 지역에서 자란 고등학생으로서 내가 겪었던 좌절을 다른 학생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하려고 스콜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학금 확대로 대학생 학자금 빚을 줄여야=그래이는 나아가 대학생들의 과도한 학자금 대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대학생 부채는 지난해 기준 1조2000억달러(1366조원)를 넘어섰다. 빚을 진 학생 수가 4000만명을 넘는다. 그래이는 “나는 행사 때마다 대학생 부채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며 “대학진학을 위해 학자금 대출 보다 장학금을 받으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자금 대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기브:스컬리 구상(Give:Scholly initiative)’도 추진 중이다. 이는 다른 주(州)와 단체는 물론 일반 회사와 파터너십을 맺어 스콜리 접근 계정을 구매하도록 한 뒤 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스콜리 접근 계정을 사면 이를 인적자원부서를 통해 직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비영리기관의 경우 학생들에게 스콜리 계정을 제공해 많은 장학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수 있다. 실제로 코카콜라, 웰스파고, 백악관, 필라델피아 및 멤피스 시 당국이 스콜리 브랜드 스폰서십에 동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콜리는 최근 커먼본드(Common Bond)와 제휴해 대학생 학자금 대출을 줄이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연 2.14%의 저금리로 월 상환금액을 최대 1만4000달러 줄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이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목표를 향해 꾸준이 나아가는 기개와 역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반전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드렉셀 대학을 선택한 것도 학교를 다니면서 사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회사를 세웠고, 앞으로는 민간 장학금뿐만 아니라 공공 장학금까지 서비스를 넓혀가는 스콜리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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