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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이지 않는 ‘경제난-부패’ 고리… 제2, 제3의 호세프 나올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개시되면서 브라질 정국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을 대신해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그 역시 탄핵 위기에 있고, 일각에서는 아예 대선을 앞당겨 치르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경제난과 부패 문제 해결이 난망하다는 점에서 브라질의 정국 혼란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놓인 표면상의 이유는 부패다. 호세프 대통령은 2014년 재선에 도전했을 때 경제가 좋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공공지출을 확대하고 경기침체 수준을 감추는 등 정부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 역시 지난해 10월 호세프 정부의 지난해 재정회계가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고 전원일치 판결을 내렸다. 정부가 국영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실업보험과 저가주택 공급 등 사회복지사업에 사용해 놓고 돈을 제 때 못 갚았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는 호세프 정권, 더 나아가 13년 동안 이어진 좌파 정권이 경제를 운용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브라질은 경제 문제를 시장의 힘에 맡기는 대신 ‘큰 정부’를 추구해왔다. 과도한 복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공무원을 ‘신의 직장’으로 만들 정도로 연금 혜택을 높였고, 실업급여도 후하게 만들었다.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와 같은 국영회사들이 정권과 결탁해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나 흥청망청 잔치를 벌일만한 경제적 여력은 없었다. 정부는 잔치 비용을 대기 위해, 국영은행이 ‘화수분’이나 되는 것마냥 여겨 엄청난 돈을 끌어다 썼다. 호세프 대통령의 회계 조작은 그 한 조각이다. 국영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이 2010년 대출해 준 돈이 1010억 달러(118조 원)이며, 경제 침체가 진행됐던 지난해에도 330억 달러(38조원)를 대출해줬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BNDES를 일컬어 “세계 최대 개발은행”이라고 칭송했는데, ‘최대’에 이르는 규모는 빚으로 부풀려진 것이었다.

문제는 호세프를 밀어내고 임시로 정권을 잡은 후순위 권력자 역시 부패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권한 대행을 맡는 테메르 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과 유사하게 정부 회계를 조작해 비승인 정부 대출을 받았다는 혐의로 탄핵 소추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가 중도 우파 성향이라는 점에서 세제개혁, 국영기업 민영화 등을 추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기회를 쥐어보기도 전에 쫓겨날 판국이다.

게다가 현재 브라질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장기간 벌인 ‘빚 잔치’의 후유증으로부터 회복되기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뚝 떨어진 상황이고, 지카, 뎅기열 등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브라질 내부 사회 혼란도 극심하다. 올 여름 예정된 올림픽 준비를 위해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현 상황으로는 투자금을 회수할만한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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