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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 출판칼럼니스트] 중동 아랍어권, 한국출판의 신대륙?
“안녕하세요?”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들려온 한국어.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핀다.

“나 이거 읽을 줄 알아요.” 라는 말을 한 번 더 듣고 나서야 인사말을 건넨 이가 누구였는지 알아차린다. 주인공은 현지 전통복장 차림의 10대 소녀. 다가가 보니 전시된 그림책을 한 장씩 넘겨가며 더듬더듬 소리 내어 읽는다. 맞게 읽었느냐 묻는다. 이번엔 수줍은 듯 자랑스러운 듯 미소를 머금은 채 한 마디씩 나열한다. “한국말 잘 하네요. 어디서 배웠어요?” “혼자서 공부해요.” “한국말 공부는 왜 해요?” “한국에 가보고 싶어요.” 

“한국에 가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엑소 좋아해요. 송중기 만나고 싶어요.” 잠시 후 또 다른 한 무리의 소녀들이 몰려온다. 이번엔 ‘헬로우, ‘굿바이’, ‘쌩큐’, 그리고 또 다른 여러 영어 단어를 언급하며 그것을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와 그 독음을 영어로 써달라고 한다. 씩씩하다 못해 당돌해보이기까지 하다. 한국어, 영어, 그리고 영어로 표기된 한국어 독음을 나란히 쓴 종이를 전해주자 한국어 인사말과 함께 밝은 얼굴로 자리를 뜬다.

2주 전 출판상담차 들렀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국제도서전의 한국 어린이그림책 전시부스에서 있었던 일화다. 현지 한 출판사 대표는 전시회 기간 중 한국 어린이 그림책이 전시된 부스를 찾아와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종이의 질감까지 직접 느끼면서 책 내용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묻고 듣는다.

전시 마지막 날 또 와서는 번역 출간하겠다며 이것저것 또 자세히 묻고 간다.

또 다른 현지의 한 출판사는 전시 그림책 목록집을 미리 챙겨가서 신중히 검토하고 와서는 관심 있는 도서를 말한다. 전시되진 않았지만 성인문학도 관심이 있으니 적극 소개해 달라 청한다. 한국문학을 이미 두 권이나 번역 출간한 이력을 갖고 있는 레바논의 한 출판사는 또 다른 한국문학작품 소개를 청한다. 

그리고 한국의 유명 학습만화를 번역 출간한 요르단 출판사도 만났다. 스웨덴에서 와 부스를 낸 출판사 대표도 만났다. 한국 그림책과 동화, 그리고 청소년 문학에 관심을 보인다. 흥미롭게도 그는 스웨덴 현지에서 다양한 나라의 유명 타이틀을 아랍어판으로 출간한 후 그것을 유럽 및 아랍어권 시장으로 유통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 유효한 미팅이었다.

그간 낮선 나라, 낯선 언어권으로만 생각했었다. 영미유럽, 중화권, 그리고 동남아권이 한국출판의 주요 시장, 혹은 전부인 듯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시장을 만난 것. 이미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모르기도 했고, 간과하기도 했다.

15년 전 개척을 시작한 중화권과 동남아권이 지금은 한국의 주요 시장이 되었다. 이제는 중동 아랍어권 출판시장이 새로운 대륙, 새로운 시장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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