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죽음(헨리 아서 지음, 김미선 옮김 더 퀘스트)=영국의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인 헨리 마시가 삶과 죽음에 대해 색다른 고백을 써내려간 책이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25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아냈다.뇌수술로 목숨을 건진 사람, 세상을 떠나는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자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진다. 이 이야기들은 저자의 ‘괜찮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괜찮은 죽음이란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 모두 최선을 다 할 때 맞이할 수 있다. 존엄을 해치는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고 가망이 없어도 수술로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그는 환자들의 생애 마지막 순간만큼은 의사의 일방적인 지침이 아닌 각자의 마음속 답을 따르길 권유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의 뼈아픈 실수담까지 드러내 보여주는 이유는 단 하나. 괜찮은 죽음을 위한 최선이 무엇일지 생각할 시야를 넓혀주려는 뜻이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나헌영 옮김,포도밭)=2011년 미국 월가를 점거했던 오큐파이 구호를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99%다”는 구호에 불평등과 실업, 빈곤에 힘들어하는 시민들이 크게 호응했다. 이 운동에 깊이 관여해 구호를 작성했던 활동가 중의 한 사람이 데이비드 그레이버 런던정경대 교수다. 인류학자이자 아나키스트인 그레이버에 따르면, 아나키스트 이론은 낭만적, 비현실적으로 치부돼온 것과 달리 변혁을 위한 기획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론이다. 인간 사회를 권력과 반권력의 공존과 대치로 설명하는 그레이버의 독창성은 대항권력을 이야기하며 피아로족과 티브족, 말라가시 사람들 등 근대세계에 속하지 않는 사회의 예를 제시하는데 있다. 이는 우리의 고정관념인 사회, 국가, 국민국가, 혁명 등에 대한 사고틀을 무너뜨려야 함을 의미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