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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입양의 날 ②] 34분 vs 119분…韓ㆍ美 아이들 ‘같은세상 다른 모습’
-하루 평균 실외활동 한국 어린이 34분, 미국 어린이 119분
-학원에 과외에 스마트폰까지 주범…우리 아이들 슬픈현실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 지난달 한국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스타 화가 진 마이어슨(한국명 박진호)은 지난 1972년 인천에서 태어나 4살 때 미국 미네소타로 입양된 입양아다. 그는 역사교수인 아버지와 함께 미술관과 박물관을 탐방하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화가의 꿈은 외삼촌 때문이었다. 삼촌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린 제임스 로젠퀴스트로, 그의 작업실을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그림에 빠져들었다. 1997년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 오브더 파인아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뉴욕 브루클린에서 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유년시절 양아버지가 역사의 대한 이해와 사색의 중요성을 알려주면서 미술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양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교육문화 속에서 성공한 입양아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입양은 남 부끄러운일로 인식돼 왔지만 이젠 아니다. 자칫 불행할 수 있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맞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해외의 교육문화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학원 이곳저곳을 떠돌며 대학입시를 위한 ‘스펙쌓기’에 열중하는 사이 미국, 캐나다의 아이들은 야외 체험활동 속에서 배우고 사색하며 성장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최근 발표한 ‘어린이 노출계수 핸드북’에 따르면 우리나라 3∼9세 어린이의 평일 실외 활동시간은 하루 평균 34분으로, 미국 어린이 1시간59분의 29% 수준에 불과했다. 캐나다 어린이 1시간40분과 비교해도 34% 수준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실내 활동시간이 많은데다, 초등학교 입학 후 학원 등에 다니는 어린이가 많아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실외 활동을 하는 어린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 절반 이상(52.8%)이 음악 운동 취미생활 등 여가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2점(201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해외는 오히려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더욱 중요시하고 있는 추세다. 영국은 교육과 놀이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해 2008~2020년 장기 놀이정책 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전 지역에 안전하고 흥미를 끌 수 있는 놀이터와 공원을 만들고 놀이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초등학교 평가 기준에 놀이영역도 포함시켰다. 프랑스 역시 학습량을 줄이고 여가, 취미, 스포츠 활동 시간을 확대하고 있다.

황옥경 한국아동권리학회 회장은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잠재적인 소질을 발견하고 남과 어울려 사는 방법, 위기를 극복하는 법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을 배운다”며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의 놀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부모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입양의 날을 맞이해 우리 사회의 교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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