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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입양의 날 ③] ‘놀권리’ 잃은 아이들…학원ㆍ레슨에 쫓기는 초등생
-남는 시간 스마트폰ㆍ인터넷 사용 급증…중독 위기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입양의 날(11일)을 맞아 입양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단 입양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달라졌다. 예전에 입양이라고 하면 안타까운 생각이 우선 들었으나, 신생아를 위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견해가 많아졌다. 입양을 통해 새 부모에 정을 듬뿍 받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의미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쉬쉬 하는 입양보다, 사회적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게 중론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학교 수업 이외에도 학원 2~3곳을 돌아다니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입양을 보는 시선보다는 보통의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건강하게 보살펴 주는 게 중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우리 아이들의 일상은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성현(8) 군. 김 군은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어느 누구보다도 바쁘다. 오후 2시30분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 버스에 올라탄다. 국ㆍ영ㆍ수 보습학원 수업을 듣고 학원을 빠져나오는 시간은 오후 6시. 다소 지친듯한 김 군의 발은 집이 아닌 미술 학원으로 향한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미술학원 원장이 챙겨주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수업을 받는다.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미술학원에서 나선 김 군은 다시 태권도 학원으로 향한다. 그래도 김 군은 신이 났다. 다른 학원과 달리 태권도 학원에서 뛰어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원 이곳저곳을 다녀 지친 탓인지 김 군은 마음껏 뛰어놀진 못했다.

지난 10일 하루동안 동행했던 김 군의 하루일과는 어른이 보기에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많은 초등생들이 김 군과 비숫한 ‘학원투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유치원생들도 종일반 수업 이외에 각종 레슨을 받으며 부모 혹은 친구들과 놀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11일 통계청의 ‘2016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0.7%로, 중학생 69.4%나 고등학생 50.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초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 23만1000원으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27만5000원, 23만6000원과 비슷했다.


시댁과 친정 모두 부산인 김 군의 어머니 박선영(41) 씨는 “맞벌이를 하는데 아이를 저녁시간에 맡길 곳이 마땅지 않다”며 “학원을 조금 과할 정도로 보내고 있어 안쓰럽긴 하지만 대안이 별로 없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맞벌이 부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학원 마치고 오는 시간과 퇴근시간이 안맞아 아이들이 한 시간 정도 혼자 집에 있다”며 “그동안 아이들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이들이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라기 보다는 학원과 학습교재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며 “그나마 남는시간마저도 방치되면서 스마트폰과 TV시청에 빠져 중독성을 띠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여가부 조사에서 초등학생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위험군수는 각각 2만8738만명, 2만822명으로 지난해보다 5255명, 4087명이 증가했다. 인터넷ㆍ스마트폰 중독의 저연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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