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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입양의 날 ①] ‘익명출산제’ 도입 왜 안되나요?
-‘母 자기결정권ㆍ兒 존엄성 보장’…불법입양 막는 실질적 수단이란 의견
-現 개정입양특례법, 사실상 ‘입양허가제’…“영아유기 증가 작용” 견해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입양인들의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개정 실시하고 있는 현행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불법 입양과 유기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입양의 날(11일)을 맞아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미혼모 등의 이유로 사회적 주홍글씨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익명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된다.

11일 입양 관련 전문가 및 입양기관들에 따르면 최근들어 입양허가제, 출생신고 의무화, 출생 7일 후 입양동의 효력 인정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행 법규가 청소년 미혼모와 같이 신분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합법적인 과정을 통한 입양마저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는 만큼 개정해야만 한다는 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명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합법적인 입양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이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신생아 이미지.

실제 지난 2011년 1548명이던 국내 정식 입양아는 2014년 637명으로 2011년 대비 58.9% 감소했다. 반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베이비박스 아동 실태 및 돌봄지원 방안‘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같은 기간 36명에서 224명으로 급증했다.

엄주희 연세대 법학연구원ㆍ명지전문대 겸임교수는 최근 발간한 법학전문지 ‘서울법학’에 ‘영아의 생명권을 위한 규범적 고찰’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출산모의 자기결정권과 영아의 존엄성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익명출산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합법적인 입양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이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신생아 이미지.

익명출산제는 미혼모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밝히지 않고 영아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익명출산제는 부모가 자녀를 관할 행정기관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현행제도와 달리 병원에서 산모가 출산하는 즉시 자동으로 출생신고가 되는 ‘출산등록제’와 함께 실시하면 미혼모의 신원은 보호하면서 합법적 입양의 길을 넓히는데 효과적인 제도로 알려져 있다.

엄 교수는 성공적인 해외 사례를 들어 익명출산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익명출산제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독일은 자녀의 출생기록부에 친모의 가명만 기록한 뒤 자녀가 16세가 될 때까지 친모의 신원은 중앙기관에 밀봉돼 보관되고, 입양 아동은 16세 이후 친모의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체코의 경우에도 18세 이상 체코 국적을 가진 성인이라면 비밀 출산을 요청할 수 있고, 아동의 권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양기관의 장이 익명출산된 신생아에 대한 가족관계 등록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아동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법원과 중앙입양원에서 출생기록을 보존해 입양아의 요청으로 열람토록 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라며 “중앙입양원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생모의 신원을 관리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특별법 발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엄 교수는 입양특례법 개정 전 출산모와 영아들의 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베이비박스 법제화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베이비박스에 아동을 맡기는 행위는 엄격하게 봤을 때 형법 제272조에 따라 영아유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엄 교수는 “베이비박스는 영아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유지되고, 이를 이용하는 친생모도 대부분 영아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없는 경우”라며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두고 가는 것을 영아유기죄에 해당한다 평가할 수 있을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베이비박스 문제는 미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죄악시하고 미혼모만을 비난하는 편견과 이로 인해 미혼모가 고립된 출산을 감행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강요의 문제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도 지난 1999년 텍사스주를 시작으로 2008년 이후 50개주 전부에서 ‘아기피난소법(Safe Haven Law)’을 제정해 신생아를 소정의 안전한 장소에 버리는 행위를 일정한 요건 하에 면책, 친생모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영아의 불법적인 입양 및 유기를 방지하고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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