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26일 대학로서 ‘원로연극제’
김정옥·오태석등 거장 4인 작품 잇단 공연
오현경·이호재등 원로배우 여전히 건재



백전노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최근 연극 무대에 70~80대 ‘원로’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한국 연극사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연출가 김정옥(85), 오태석(77), 하유상(89), 천승세(78)의 작품이 잇달아 공연되고, 배우 신구(80), 오현경(80), 이호재(75), 손숙(72), 백일섭(72), 임동진(72)이 잇달아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오는 6월 3일부터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원로연극제’는 현역 원로들의 건재함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연극계 한 획을 그은 김정옥, 오태석, 하유상, 천승세의 극작ㆍ연출 작품들을 잇달아 볼 수 있다.

첫번째 작품은 김정옥 작ㆍ연출의 ‘그 여자 억척 어멈(6월 3~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이다. 배우 배해선이 1인 4역을 하는 모노드라마로, 1인칭 시점의 자기 자신을 비롯, 한국전쟁 1ㆍ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 역, 브레히트 ‘억척 어멈’의 억첨어멈 역, 그리고 조선시대 동학란을 배경으로 한 억척어멈 역을 연기한다. 1997년 초연때는 여배우 박정자가 동숭동 ‘학전’ 소극장에서 연기했었다. 




두번째 무대는 오태석 작ㆍ연출의 ‘태(胎ㆍ6월 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다. 오태석이 9년만에 올리는 작품으로, 1974년 초연 이후 국내 뿐 아니라 일본, 인도 등에서도 공연된 한국 현대희곡 명작이다.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을 중심 이야기로, 죽음을 뛰어 넘는 ‘삶의 가치’를 되묻는다. 주인공인 박중림(박팽년의 아버지) 역은 원로 배우 오현경이 맡는다.

세번째 작품은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6월 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이다. 1958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던 작품으로, 1950년대 자유연애와 결혼을 희극으로 풀었다. 박윤희, 배상돈, 황세원 등이 출연한다.

대미는 ‘신궁(6월 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장식한다. 어촌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어촌인의 실상을 드러낸 작품으로, 1977년 발표된 천승세의 중편소설을 연극 극본으로 각색해 초연한다. 이승옥, 정현, 정상철, 기정수, 이봉규 등이 출연한다.

최근 막 내린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4월 9~24일)’의 신구, 손숙에 이어, 연극 ‘그리워 그리워(5월 9일~6월 25일, KT&G 상상아트홀)’의 임동진이, 연극 ‘장수상회(5월 5~29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의 백일섭, 이호재가 백전노장 명연기의 바통을 이어 받는다.

‘그리워 그리워’는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무심하게 지냈던 가족이 서로의 사랑을 깨닫고 화해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임동진은 손녀딸의 결혼식을 앞둔 70세 ‘서진우’ 역을 맡아 이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장수상회’는 강제규 감독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70세 연애 초보 ‘성칠’과 그의 마음을 흔든 꽃집 여인 ‘금님’의 로맨스와 이들의 연애를 응원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배우 박근형과 윤여정이 호흡을 맞췄다. 연극에서는 백일섭과 이호재가 성칠 역을, 김지숙과 양금석이 금님 역을 맡는다. 성칠의 아들이자 ‘장수상회’ 사장인 장수 역은 영화 ‘변호인’에 출연한 한승도와 뮤지컬 ‘로기수’의 박정표가 연기한다. 금님의 딸이자 엄마의 연애를 걱정하는 민정 역은 김민경이 소화한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