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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큼한 밀당‘사랑의 묘약’에 모두 취하다
서울시오페라단 공연, 가족관객에 인기


가에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ㆍ1797-1848)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몰라도,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은 대중에 익숙하다.

‘우나 푸르티바 라그리마…’로 시작되는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의 아리아는, 젊은 남녀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처연하고 슬프다. 2막 후반부,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사랑을 갈구하며 홀로 부르는 이 아리아를 듣기 위해, 여전히 많은 관객들은 180년(1832년 밀라노 리리코 극장 초연)도 더 된 이 오페라를 기다린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이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가족 관객들과 통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갈등이나 비극을 다루기 보다 밝고 신선한 이야기로 모든 연령, 모든 계층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는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의 의도대로다. 



이탈리아 여성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쫄리(Cristina Pezzoli)는 한국의 옛 시골 정경을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에 접목시켰다. 한국 방문 때 역사박물관에서 김홍도 그림을 보고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브뢰겔(Bruege)을 떠올렸다는 페쫄리는 자칫 어색하게 겉돌 수도 있었던 동ㆍ서양 문화를 오묘하게 조합했다.

재밌는 건, 서양 연출가가 해석한 19~20세기 한국의 시골 풍경에는 딱히 한국적인 것이라 경계지을 수 없는 이미지들이 혼재해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중국풍 산수화를 배경으로 황금빛 들판이 펼쳐진 가운데, 십자가 모양의 막대기에 형형색색 등불이 걸려 있고, 일본풍 잿빛 군복을 차려입은 군인들이 등장하는 식이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었던 건 ‘판타지’ 때문이다. 커다란 나무, 조각배 모양의 대형 초승달 등 동화적인 오브제들이 판타지를 더해 준다. 그리고 이 모든 배경들은, 삼각관계를 빙자한 말도 안 되는 ‘밀당’ 연애의 판타지를 한껏 고무시킨다.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자 민정기)의 연주에 스칼라오페라합창단이 탄탄한 소리를 보탰다. 성악가들 이 외에도 서울시극단 단원들이 참여해 대거 무대를 채웠는데, 연기 부분이 과하게 부각된 것은 조금 산만해 보였다. 워낙 많은 수의 연기자들이 무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람에 성악가들의 노랫소리보다 연기자들의 발소리가 더 크게 들린 것은 아쉬웠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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