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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차의 민낯...탈세 막으니 줄고, 프로모션 끝나니 또 줄고
작년 수입차 40% 가까이가 업무용으로 등록
올해부터 업무용차 편법 탈세 막는 세법 강화
당장 올해 업무용차 비중 줄고 개인 비중 늘어
프로모션 있는 달은 반짝 상승, 없으면 급감
수입차 싸게 사야 한다는 인식 점점 확산돼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작년까지만 해도 브레이크 없이 달렸던 수입차 시장이 심상찮다. 올해 들어 3월을 제외하면 1월, 2월, 4월 모두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다. 올해 수입차 시장이 두 자릿 수 성장을 멈추고 한 자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입차 부진의 요인으로는 업무용차 비용처리 기준 강화가 꼽힌다. 편법 탈세를 막으려고 법망을 조이자 상대적으로 업무용차 비중이 높은 수입차가 직격탄을 맞았다. 또 들쑥날쑥한 프로모션 때문에 혜택이 별로 없는 달은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프로모션 유무에도 수입차 시장이 휘청거렸다.

역으로 보면 이들 요인이 그동안 수입차 시장을 키워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성장 동력에 덩치를 늘린 수입차 시장은 서서히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업무용차 등록 대수가 높은 BMW 5시리즈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등록된 수입차 중 업무용차는 39%에 달했다. 수입차 10대 중 4대가 법인에서 등록할 정도로 업무용차 비중이 높다.

하지만 전적으로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서도 업무용차로 등록해 차값, 유지비 등을 경비로 처리해 세금을 피해가는 편법 탈세가 늘자 올해부터 업무용차 경비처리 기준을 강화하는 세법개정안이 시행됐다. 지난달부터는 운행일지 작성도 시행됐다.

그러자 당장 수입차 시장에서 업무용차가 줄기 시작했다. 올해 1~4월 업무용으로 등록된 수입차는 2만6118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 이 기간 전체 등록된 수입차에서 업무용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42%에서 35%로 감소했다. 반면 개인 고객은 4만4976대에서 4만7726대로 늘었고, 비중도 58.2%에서 64.6%로 증가했다. 


결국 과거와 달리 회사 경비처리를 통해 고가의 수입차를 타기 어렵게 되자 법인 고객부터 줄기 시작한 것이다. 편법 탈세를 악용한 법인 덕분에 수입차 시장 상당 부분이 증가했지만 되레 지금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올해 4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법인 고객이 준 브랜드는 전체 22개 중 피아트, 인피니티, 랜드로버, 닛산을 제외한 18개다. 전체 평균 감소율은 19%로 평균을 상회하는 브랜드는 벤틀리(42%), 아우디(31%), 크라이슬러(28%), BMW(27%), 포르쉐ㆍ폴크스바겐(25%) 등이다. 아우디, BMW, 폴크스바겐처럼 수입차 시장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브랜드에서 법인 고객 감소율이 컸다. 메르세데스-벤츠 감소율은 18%로 평균을 살짝 밑돌았다.

이와 함께 프로모션 혜택이 줄면 수입차 판매량이 급감할 정도로 수입차 시장이 프로모션에 의존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3월까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이다 지난달 중단한 폴크스바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폴크스바겐은 작년 디젤 배출가스 조작사건 이후 발길을 돌리는 고객을 잡기 위해 작년말부터 60개월 무이자 할부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 3월까지도 골프, 티구안 등 핵심 차량에 특별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다 4월에 중단했다. 

폴크스바겐 대표 베스트셀링카 티구안

이에 폴크스바겐은 4월 전월보다 78.6% 줄어든 784대 판매에 그치며 6위로 밀려났다. 폴크스바겐이 5위권 밖으로 후퇴한 것은 2009년 12월(8위)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입차 고객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한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작년 디젤 배출기준이 유로5에서 유로6로 바뀌는 과정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유로5 재고분을 털기 위해 큰폭의 할인을 제공하며 소비자들 사이 학습효과가 생겼다”며 “수입차도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입차 스스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깎아내린 셈이 됐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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