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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 수사] ‘옥시 변호’ 김앤장 논란…악마도 변론 vs 변호권 수호
-檢, ‘보고서 조작 개입 의혹’ 김앤장 조사 나설 듯
-김앤장, 미쓰비시ㆍ론스타 등 ‘무차별 변론’ 도마 위 올라
-학계 “제한 없는 수임, 변호사 공공성 확보 어렵게 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사상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측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해온 김앤장이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이 의심된다는 실험 결과를 전달받았음에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검찰에 제출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여기에 ‘악덕 기업에 대한 변론’이라는 법조계의 해묵은 논쟁까지 불이 붙으면서 이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옥시 제품.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옥시 의뢰로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평가를 했던 조모(58ㆍ구속) 서울대 교수 측의 주장을 바탕으로 김앤장에 대한 진상 조사에 조만간 착수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 교수 측의) 주장만으로 수사 대상을 넓히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경위 파악에는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의혹의 핵심은 김앤장이 옥시 측의 보고서 제출에 얼만큼 관여했는지 여부다. 조 교수는 “동물 실험 결과 인체 유해 연관성이 있다”는 견해를 옥시와 김앤장에 최소한 9번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옥시와 김앤장이 이런 실험결과를 알고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재판에서 연관성을 부인하며 시간을 끌어왔다는 것이다.

김앤장 로고.

이에 대해 김앤장 측은 “실험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조 교수가 작성한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아 그대로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 조사에서 김앤장 측이 보고서의 특정 데이터를 바꾸는 등의 조작에 직ㆍ간접적으로 가담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유해성 관련 내용을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앤장의 ‘무차별적인 친기업 변론’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시민단체가 지난 3월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국내 소송에서 김앤장이 이들 기업을 대리하는 건은 전체 14건 중에서 6건에 달한다. 특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김앤장이 일본 정부의 논리를 대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반발을 사기도 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시기에 론스타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했던 곳도 김앤장이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악덕 기업이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변호사 윤리장전 제19조는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 로스쿨의 한 교수는 “변호사와 로펌의 제한없는 수임행위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 확보와 품위유지를 어렵게 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수임 제한 문제와 관련한 입법론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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