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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 했지만 독립은 싫다” 2030 58%가‘캥거루족’
25~34세 청장년 10명 중 6명이 미혼
개인생활 익숙…22% 모임·단체활동 안해
부모집 얹혀살며 빨래·청소 등서 해방



#. 서울 강남구 사는 A(34세) 씨는 직장이 위치한 인천 송도신도시까지 출퇴근에만 매일 3시간을 쓴다. 동료들은 직장 근처 오피스텔로 이사할 것을 권유하지만 A 씨는 현재의 생활이 편하기만 하다.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 주거비 걱정도 없고 빨래나 청소 같은 집안일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부모님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딸의 독립하기를 바라지 않는 눈치다. A 씨는 “직장 주변에 전세라도 얻어서 독립하려면 목돈이 필요한데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청장년 10명 중 6명이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 집에 얹혀살거나 경제적 의존을 끊지 못하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직장인이 된 청장년도 마찬가지다. 캥거루족은 취직을 하고도 독립하지 않는 등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6일 서울연구원의 ‘한눈에 보는 서울’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의 미혼 25~34세 청장년층 57.8%는 3인 이상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42.2%만이 독립 상태인 1~2인 가구형태였다.

▶청장년층 68%가 미혼=서울 인구의 20.3%를 차지하는 25~34세 청장년층은 10명 중 7명(68.2%)이 미혼이었다. 이는 초혼 연령의 지속적인 상승과 관련이 있다. 2014년 남성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각각 32.8세, 27.3세로 2000년의 29.7세, 27.3세에 비해 3세 정도 높아졌다.

서울에 사는 청장년층은 사무직 종사자가 49.5%로 가장 많았고 판매업 종사자가 11.5%, 서비스 종사자 10.9%, 주부 10.3%,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5.1%, 학생 4.7% 순이었다.

청장년층의 전ㆍ월세 비율은 67.5%에 달했고 주택 자가소유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이는 사회활동을 이제 막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이라 경제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미룬 채 캥커루족 생활을 하는 서울의 많은 청장년층은 개인 중심적 생활에 익숙하다. 22.3%가 지난 1년 동안 모임 또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서울 청장년층 10명 중 2명이 사회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노는 것’에 거부감이 없이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 단체 활동(중복응답)은 동창모임(56.9%)이었고 친목회(24.8%)로 그 뒤를 이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청장년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못했다. 이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9.6%로 2013년(17%)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연구원은 “학연중심의 사회 모임이 이들이 가진 사회 자본의 가장 큰 원천임을 보여준다”며 “자원봉사와 같은 공적인 사회활동에는 매우 소극적이다”고 설명했다.

▶자기 집 소유 부모세대…캥거루 자식 품고 살아=부모들은 “자식들이 우리보다 잘 살기 어렵다”는 생각에 ‘애 어른’ 같은 자녀들을 자신의 울타리 안에 품고 산다. 서울에 사는 베이비붐 세대는 148만명으로 전체의 14.7%를 차지한다.

베이비붐 세대 가구주인 가구는 59.7%가 월 평균 400만원 이상의 소득을 보이며, 이중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 비율은 37.6%에 달한다.

이들의 부모 세대들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53~63세 가구주의 주택 자가 소유자 비율은 61.3%나 된다. 이후 세대(주택 자가 소유 비율 27.4%)와 비교해보면 무려 33.9%의 차이가 난다.

서울연구원은 “풍족함을 누리지 못했던 베이비붐 세대에게 내 집 마련은 일생의 꿈이자 노후 대비를 위한 가장 안전한 재테크 수단이었다”며 “내 집 소유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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