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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옹녀, 고선웅 만나 프랑스로 진출하다
최근 공연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연출가를 꼽으라면 반드시 불릴 이름이 있다. 바로 고선웅(48) 극작가 겸 연출가다. 지난해 연극 ‘홍도’ ‘강철왕’부터 뮤지컬 ‘아리랑’ ‘베르테르’,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까지. 장르와 상관없이 공연 판을 종횡무진 휘저었다. 연말에는 중국 4대 비극 중 하나를 각색해 무대에 올린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통해 대한민국연극대상, 동아연극상 대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정점에 올라섰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요즘, 고 연출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연극 ‘한국인의 초상’을 통해 한국사회의 민낯을 한바탕 난장(亂場)으로 그려내느라 바빴던 그가 지난달에는 프랑스 파리까지 날아갔다 왔다. ‘변강쇠 점찍고 옹녀’가 테아트르 드 라빌 대극장 무대에 올랐기 때문인데, 창극으로는 첫 프랑스 진출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변강쇠 점찍고 옹녀 공연 사진. [사진제공=국립극장]

2014년 창극 최초로 ‘18세 미만 관람불가’ 딱지를 붙이고, 어른을 위한 공연을 표방하며 등장한 작품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받았다. 초연 객석점유율 90%, 이듬해 재연에서 97%를 차지하며 만원사례를 기록한 것은 물론, ‘제8회 차범석 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에서 수상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수작으로 떠올랐다. 이번 프랑스 공연에서 역시 80% 넘는 객석점유율로 현지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하며 세계적 작품으로서의 가능성까지 인정받았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사랑받는 이유로 각색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고전 비틀기의 귀재’라 불리는 고 연출은 앞서 국내외 다양한 고전을 재해석해 그만의 독특한 색깔로 버무려놓은 바 있다. ‘숙영낭자전’ ‘배비장전’ 등과 함께 판소리 일곱 바탕에 속하지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불리지 않았던 ‘변강쇠타령’은 고선웅의 손을 거쳐 ‘18금 창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 연출은 그동안 마초이자 색골인 변강쇠에게만 쏠렸던 시선에 ‘점’을 찍고, 박복하지만 당찬 여인 옹녀를 부각해 주인공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옹녀 부부가 만나는 각양각색의 민초,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전국 방방곡곡의 장승 등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휴머니티를 강조했다. 18금이지만 원작의 해학성을 높이고 재기발랄함을 더해 선정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웃으며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프랑스로 뻗어 나간 ‘옹녀’는 지난 4일부터 국내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 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초연, 재연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로 객석은 후끈하게 달아올랐고 이번에도 흥행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고 연출은 웅녀 신화를 바탕으로 한 ‘곰의 아내(7월)’, 근대 극작가 함세덕의 ‘산허구리(10월)’ 등을 자신만의 색깔로 선보일 예정이다. 2015년이 고선웅의 해였는데 올해에도 그 기세가 이어질 것 같다.

[뉴스컬처=양승희 편집장/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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