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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니뇨에 동남아 피해만 100억 달러…쌀ㆍ설탕값 등 식품 원자재 가격 들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사상 최악의 ‘슈퍼 엘니뇨’가 몰고온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해 동남아시아에서만 10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례없는 가뭄과 홍수로 쌀ㆍ설탕ㆍ팜유ㆍ대두 등의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식품 원자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슈퍼 엘니뇨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라니냐의 발생 확률도 높아지면서 식품 원자재 가격은 한층 더 출렁일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설탕가격 17개월만에 최고치…식품 원자재 가격 들썩=9일 IHS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엘니뇨로 인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의 2015∼2016년 피해 규모는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가 올해 2분기까지 계속된다면 그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불 보듯 뻔하다.

가령 베트남은 가뭄으로 지난 달 메콩 강 유수량이 평균치의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약 18만㏊의 농지가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올 1분기 농업 생산량은 전년 보다 1.23% 줄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이에 따라 베트남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도의 6.7%보다 낮은 5.6%를 기록했다.

필리핀에선 엘니뇨에 따른 가뭄과 태풍으로 지난해 4분기 농업 생산량이 전년대비 1% 줄었다. 특히 곡물 생산량은 2.7%, 쌀 생산량은 3.8% 감소했다.

동남아의 대표적인 쌀 산지인 태국의 쌀 비축량도 전년보다 35.8% 감소한 1200만t을 기록했으며, 지난 달 태국 내 쌀 가격은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까지 올랐다.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목인 팜유도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올 3월 팜유 생산량이 122만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7% 감소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1분기 팜유 생산량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남아 뿐만 아니라 남미도 이상기후에 신음하기는 마찬가지다.

농촌경제연구원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지난 달 21일 기준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대두 수확률은 각각 16%, 15%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수확률이었던 26%, 44%보다 훨씬 낮았다. 홍수 영향을 반영해 민간분석업체 인포르마 이코노믹스는 아르헨티나의 대두 생산량 전망치를 5950만t에서 5500만t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흰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했다. 급기야는 지난 달 15일 미국에서 흰 옥수수 1330t을 수입하기까지 했다. 옥수수 최대 산지인 남아공이 미국으로부터 흰 옥수수를 수입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가뭄과 홍수로 인한 흉작으로 식량 가격도 오르고 있다.

실제 동남아와 호주 지역의 사탕수수 재배도 어려워지면서 3월 설탕 가격은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 선물 가격은 2월 저점에서 한 달 만에 33.5% 폭등했으며, 4월 중순 주춤하다가 다시 가격을 회복하면서 3주 만에 18.8% 뛰었다.

이 영향으로 설탕 가격을 반영하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1월 149.3에서 4월 151.8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엘니뇨만큼 무서운 라니냐 온다”…빨간등 켜진 식품 원자재 시장=문제는 올 하반기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식품 원자재 가격이 한층 출렁일 전망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미 곡물ㆍ오일 시드 원자재 가격은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현미 7월 인도분 가격은 45㎏(1cwt) 당 11.41달러로 지난해보다 17.4% 올랐다. 팜유 가격도 크게 뛰어 전년보다 21.9% 오른 1t당 2628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설탕 가격이 22.3%, 대두박과 대두 가격은 각각 7.4%, 3.61% 올랐다.

여기에 올해 라니냐까지 겹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라니냐가 닥칠 확률은 50%에 달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미국 남부에는 강수량이 적어지면서 옥수수 생산량이 타격을 받고, 아르헨티나에는 가뭄이 들어 대두 작황이 나빠진다.

2010년에 라니냐가 닥쳤을 때도 1년 뒤 밀 가격은 21%, 대두 가격은 39%가 올랐으며 설탕 가격은 무려 67% 폭등했다.

BMI 리서치는 “라니냐의 기후 패턴이 2016∼2017년 전 세계 곡물에 현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우리가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식량 가격이 더 크게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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