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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명예스런 ‘석유 황제’의 퇴장…사우디 왕가 권력 이동 신호탄 되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직접적인 석유권력 장악에 나섰다. 사우디 왕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온 사우디 석유장관 시대가 7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날 사우디 왕실은 개각을 통해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석유장관(81)을 해임하고 칼리드 알팔리 전 아람코 사장을 에너지ㆍ광물자원부장관에 임명했다. 칼리드 알파리는 왕위계승 2위 왕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31) 부왕세자의 최측근이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이날 포고령을 통해 석유부의 명칭을 에너지ㆍ산업광물부로 바꾸고, 신임장관에 칼리드 알팔리(56) 보건장관 겸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21년 간 석유정책을 지휘해온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래픽=문재연 기자/사진=게티이미지]

살만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은 지난해 기존 석유위원회가 아닌 경제개발위원회가 석유정책을 짜도록 해 석유정책을 둘러싼 구조체계를 바꿨다. 때문에 알나이미의 해임은 예상된 일이었다. 특히, 모하메드 부왕세자가 지난 달 발표한 ‘비전2030’을 실천하기 위해 석유부의 지위를 낮추고 경제개발위원회의 입지를 키우기 위해 개각은 필수적이었다. 다만, 알나이미 해임과 함께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입지가 강해지면서, 사우디 왕실의 입김이 더욱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담당 고위 관료였던 데이비드 골드윈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왕실이 “알나이미를 불명예스럽게 퇴진시켰다”고 지적했다. 알나이미가 지난 2008년 유가 폭등ㆍ락과 이후 미국 셰일가스와의 ‘치킨게임’을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다소 무례한 해임이라는 것이다.

알나이미의 해임으로 석유권력에 가까워진 인물은 다름아닌 사우디 왕실의 ‘실세’라 불리는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다. 경제개발위원회의 수장으로,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다. 지난해 살만 국왕의 개각으로 모하메드는 명실상부 사우디의 병권과 경제정책의 총책임자가 됐다. 알나이미의 발언권은 이후 자연스럽게 약해졌다.

특히, 알나이미의 후임으로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측근인 알팔리 아람코 회장이 임명되면서, 사우디 석유정책을 둘러싼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힘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아람코가 경제개발위원회 산하로 편입된 직후 알팔리를 회장으로 임명했다. 알팔리는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비전 2030’을 짜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월드스트리트저널(WSJ) 모헤마드 부왕세자가 지난달 산유국회의에서 산유량 동결합의를 무산시킨 배후인 만큼 당분간 사우디의 ‘증산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전문 분석회사인 플래츠(Platts)는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려 갓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나이미의 해임은 평민 출신의 테크노크래트를 중심으로 이어져온 사우디 석유장관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 압둘라 타리키 초대 석유장관을 시작으로 알나이미까지 사우디의 석유장관은 모두 평민 출신의 테크노크래트다. 비록 사우디의 종교지도자 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어떤 왕족일가로부터 중립적인 인물들로 평가받았다. BBC 방송은 사우디 왕실이 “탈석유화 전략에 맞춰 정부 조직 개편과 함께 평민 출신이지만 거물인 알나이미를 물러나게 했다”고 전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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