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나치의 사고방식이 우리안에 있다”…이스라엘 군 2인자의 작심 비판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스라엘 군 2인자가 팔레스타인을 대하는 현재 이스라엘의 태도가 나치 독일과 비슷하다고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대 참모부장인 야이르 골란 소장은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간) 한 홀로코스트 연구 기관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암시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홀로코스트는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이방인, 고아, 미망인 같은 이들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며 “70, 80, 90년 전 유럽, 특히 독일에서 일어난 역겨운 흐름이 2016년의 이곳에 사는 우리에게서 발견돼 두려움에 떨게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이 지난 4월 1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광장에 모여 팔레스타인 청년을 사살한 이스라엘 군인 엘러 아자리아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그는 이어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맞아 우리에게 뿌리 내린 이민족에 대한 불관용과 편협의 싹,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의 싹, 도덕적 퇴보로 이어지는 자기 파멸의 싹을 도려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골란 소장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3월 논란이 됐던 팔레스타인 청년 사살 사건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압둘 파타흐 유스리 샤리프라는 팔레스타인 청년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칼을 휘두르며 공격했다가 총을 맞고 제압당했다. 이때 엘러 아자리아라는 이스라엘 군인이 쓰러져 움직이지도 못하는 샤리프의 머리에 총을 쏴 사살했고, 다분히 ‘고의적인 처형’으로 보이는 이 일은 국제적인 비판을 샀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의 민심은 국제 여론과는 반대였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아자리아를 영웅이라고 칭송했고, 아자리아가 기소된 후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정치인들 역시 골란 소장의 발언에 입을 모아 비판함으로써 여론에 동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골란 소장의 연설은 “터무니 없고 근거도 없다”며 홀로코스트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리 르게브 문화ㆍ스포츠 장관은 골란의 사임을 주장했으며, 나프탈리 베네트 교육장관은 골란 소장에게 발언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아예렛 샤케드 법무장관도 골란 소장의 발언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이해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도 좌파의 야당 지도자인 이삭 허조그는 “도덕과 책임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 행동”이라며 골란의 행동을 칭찬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스라엘 군부는 골란 소장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군을 나치 독일에 비유할 의도가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