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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샐러리맨의 죽음①]공공의 적이 된 샐러리맨의 비애…“왜 나만 갖고 그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샐러리맨들의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세계의 기업들은 경영난이 장기화 되자 인원감축과 임금동결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계 각 정부는 해고기준을 완화하거나 근로시간 연장을 허용하는 노동 관련 법안을 추진중이다. 세계 20~30대 청년들의 삶은 부모세대보다 각박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대다수의 기성세대는 청년 샐러리맨들을 “무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방송은 갓 사회에 진출한 밀레니얼 세대의 직장인들이 대다수의 시니어세대로부터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일본 경제를 이끈 주역인 샐러리맨들이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특히, 실적만능주의가 만연한 샐러리맨 문화로 인해 도시바 부정회계 사건에서부터 미쓰비시 자동차 연비조작까지 각종 비리가 내부에서 끊이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불철주야 회사에 충성한 샐러리맨들이 오늘날 경제난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샐러리맨들의 경직된 사고, 실적만능주의와 상사의 눈치를 보는 집단 사고 등은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특정 기업이나 집단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경제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WSJ는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경제정책에 대해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투자는 메이지 유신 당시의 국가 명예를 되찾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의지”라며 “하지만 특정 인재들이 쏠리고 특정기업에 인재와 자본, 네트워크가 쏠리도록 하는 정책은 가장 중요한 경제혁신을 낳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 지는 최근 정치인들과 부호들의 조세회피 사실이 드러난 ‘파나마 문서 사태’에 분노한 호주의 ‘화이트 칼라’(회사에서 주로 사무직 등 서류를 다루는 업무를 하는 직장인층)에 횡령 등 경제범죄를 벌이는 일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의 ‘돈으로 본 2015년’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이 지난해 실시한 감원 규모는 85만 5000명에 달했다. 가계소득 증가율이 0%에 가까운 일본에서는 최근 대기업 미쓰비시 자동차의 연비조작 스캔들로 최대 41만 명에 달하는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삭감될 위기에 빠졌다. 한국에서는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진 조선업계가 대대적인 인력 및 조직 축소에 나설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전 대주주인 최은영 회장이 주식 전부를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경영난의 책임을 사원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승진은 막막한 상황에서 샐러리맨들은 회사에 ‘충성’할 수밖에 없다. FT는 샐러리맨들의 혁신과 구조변화를 외쳤지만 내생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이들의 경제여건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8∼34세 미국 여성 중 부모나 친척과 같이 사는 비율은 36.4%로 통계를 모으기 시작한 1940년 이후 가장 높다. 젊은 남성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무려 42.8%에 이르렀다. 유럽은 2011년 기준으로 18∼30세 성인 중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전체의 48%에 도달했다. 청년 문제가 일찍이 시작된 일본의 경우 ‘나이가 상당히 찬’ 35~44세 연령층 중에서도 기생독신자의 수가 1990년 112만명에서 2010년 29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례없는 경제난 속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기업의 편의만 고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호주는 최근 법인세를 30%에서 25%로 줄이겠다고 밝힌 대신 담뱃세를 매년 12.5%씩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매체 ‘디 에이지’(The Age)는 “경직된 경제구조의 책임이 기업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에게 경제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에 나선 것은 호주뿐만이 아니다. 아베 신조 일본 내각도 법인세를 낮추되 내년 4월까지 소비세율 10% 인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 아틀란틱스는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고 나섰지만 이는 오히려 샐러리맨 한 명 한 명의 세금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가장 어려운 것은 샐러리맨들”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 조세회피가 가능한 자영업자나 의사가 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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