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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무라카미 신작 싹쓸이…日간판 키노쿠니야서점 타카이 회장의 경영철학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일본 도쿄 도심 신주쿠역 서쪽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서점 키노쿠니야서점(紀伊國屋書店)이 있다. 본점 건물인 이곳은 1~8층까지 총면적 1450평에 120만권의 책이 독자들을 맞는다.

도쿄 명물로도 자리잡은 키노쿠니야서점을 이끌고 있는 이는 타카이 마사시(高井昌史ㆍ69) 회장 겸 사장이다. 출판시장 불황에도 지난해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초판 10만부 중 90%를 출판사로부터 직접 사들여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타카이 마사시 키노쿠니야서점 회장

일반적으로 출판물 유통은 중개 출판사가 서적 등을 구입해 서점에 배분하고 서점은 일정기간 팔리지 않은 책을 중개를 통해 다시 출판사에 반품하는 구조다. 타카이 회장은 판매가 잘 되지 않았을 경우 반품시킬수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같은 전략을 취했다. 아마존닷컴과 같은 인터넷 서점에 대항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신간 ‘사재기’로 일본 출판계에 충격=타카이 회장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무라카미 팬들이 새벽 5시부터 신작을 사기 위해 서점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키노쿠니야서점 신주쿠 본점은 5시간만에 100권 이상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통상 무라카미 작가의 신작 판매 속도보다 한참 앞선 것이었다. 반면 인터넷 서점에 공급된 분량은 5000권에 그쳤다.

출판사가 2쇄 발행을 결정했을 때도 타카이 회장은 3만부를 추가로 매입했다. 타카이 회장은 구입한 책의 일부를 키노쿠니야서점에서 판매하고 나머지는 다른 서점에 공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키노쿠니야서점의 신작 매입은 그동안의 출판물 유통 관행을 깬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키노쿠니야서점은 8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2015년 8월 결산기(2014. 9.1~2015. 8.31) 매출은 1086억3197만엔로 전기대비 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억3130만엔으로 49% 급증했다.

타카이 회장의 시도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대형서점의 횡포’라는 논란도 일었지만, 갈수록 침체해가는 출판시장에서 타카이 회장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일본내 출판물의 연간 추정 매출액은 2014년까지 10년 연속 줄어들었다. 서점 역시 인터넷서점의 득세로 지난해 5월 현재 전국 1만3500개에서 1년새 500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초판 90%를 매입한 키노쿠니야서점. 일본 국내외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스포츠에서 영감받은 경영철학=타카이 회장은 1947년 도쿄에서 태어나 세이케이(成蹊)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1971년 키노쿠니야서점 평사원으로 입사해 각지 영업소장과 이사, 부사장을 등을 거쳐 2008년 사장에 취임했다. 지난해에는 공석이었던 회장직을 맡으며 키노쿠니야서점을 이끌고 있다.

타카이 회장의 ‘뚝심경영’은 스포츠와 독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교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타카이 회장은 경제전문지 ‘포브스재팬’과의 인터뷰에서 “세이케이 대학시절 야구부 주장을 맡으면서 당시 자아가 강한 학생들이 많아 팀을 운영하기 힘들었지만 덕분에 통솔력과 리더십을 익혔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도 해외 출장길에 시간이 있으면 메이저리그나 아이스하키, 럭비 등 세계 최고 스포츠를 관전하는 스포츠 마니아다.

타카이 회장은 “럭비에서 ‘One for all, All for one(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경영에도 연결된다”며 “스타 선수만이 팀의 핵심이 아니다. 독보적이지는 않지만 탄탄한 플레이를 펼치는 팀원이 꼭 필요한 것처럼 평소 눈에 띄지 않지만 성실하게 일해주는 직원들이 있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수장이지만 철저한 시간관리로도 유명하다. 타카이 회장은 “시간 약속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약속이나 회의 시간을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 타카이 회장은 “초등학교 시절에도 공부는 싫어했지만 무지각ㆍ무결석 학생이었다”며 “학교에 가는 것은 사회 생활의 시작이고 인간의 규칙이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지론 때문에 그는 직원 채용 때도 인사 담당자들에 “대학을 제대로 다녔는지 여부를 중시하라”로 지시한다. 대학순위가 아니라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 과정을 보라는 의미다.

타카이 회장이 직원채용에서 우선시하는 또 다른 덕목은 바로 독서습관이다. 타카이 회장은 “독서도 스포츠처럼 수련이라고 생각한다”며 “스포츠에 매일 연습이 필수인 것처럼, 책 읽는 습관을 어릴 때 몸에 배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노쿠니야서점 신주쿠 본점

▶“좋은책 300권 있으면 좋은 아이가 자란다”=그는 평소 “좋은 책이 집에 300권 있으면 아이가 훌륭하게 자란다”고 말해왔다. 집에 좋은 책이 있으면 아이들은 그 책에 손을 뻗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학교 도서관에 좋은 책과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책을 읽으면 논리를 배우게 되고, 사회 조직이나 규범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왕따문제도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젊은 부모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타카이 회장은 “요즘 부모들은 책을 읽어주긴 하지만, 초등학교 3ㆍ4학년에 중학교 과정을 선행시키면서 독서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아침에 독서운동 실시율이 높은 아키타현, 도야마현, 후쿠이현의 학생들의 문부과학성 학력시험 점수가 높다는 데이터가 있다”며 “독서와 학업성취도의 상관관계는 확실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존경하는 인물로는 키노쿠니야서점의 창업주 타나베 모이치(田辺茂一)를 꼽았다. 타나베는 일본 서점업계 실력자였지만 동시에 문화 부흥을 위해 노력한 인물로 평가된다. 키노쿠니야 연극상을 주최하고 키노쿠니야홀, 키오쿠니야 서던극장 등 극장 2개를 운영하기도 했다. 타카이 회장은 “타나베 창업주는 문화 그 자체를 사랑하고 후세에 계승하려고 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키노쿠니야라는 서점 이름도 창업주 타나베 가문에서 유래했다. 타나베의 조상은 현재 와카야마현과 미에현 사이에 위치한 기이(紀伊)라는 지역 출신이다. 당시 토쿠가와(徳川) 가문에서 최하급 무사인 ‘아시가와(足軽ㆍ 무가(武家)에서 평시에는 잡역에 종사하다가 전시에는 병졸이 됨)’로 일했다. 이후 개인 가게를 운영하게 된 타나베 가문은 초기 상호를 출신지 이름을 딴 ‘키노쿠니야(紀伊國屋)’로 정했다. 처음에는 목재 도매상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숯도매상으로 전환했다. 서점으로 업종을 바꾼 것은 타나베 모이치가 1946년 키노쿠니야서점을 창업하면서다. 키노쿠니야서점은 현재 일본내 66개 매장과 해외 2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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