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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고하우스가 뜬다
지역·취향·연령대 등 반영…
도심 콤팩트 주거모델 인기…
공공임대도 ‘탱고’개념 도입



50대 초반인 김민상(가명) 씨는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단독주택에 수십년 살았다. 이웃 주택들이 하나 둘 빌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봤다. 필지를 모아 빌라를 짓겠다면서 “땅을 팔라”며 접근하는 업자들도 많았다.

한 때 김 씨는 깔끔하게 팔아버리고 아파트로 옮길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학원을 운영하는 탓에 멀리 나가기 어려웠다. 불편한 구석도 있었지만, 아늑했던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노후를 생각하면 꾸준한 임대수입원을 확보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땅을 활용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대지면적은 108㎡. 옛 단위로 치면 32평쯤 되는 좁은 땅이다. 김 씨는 컨설팅을 거쳐 이 자리에 지상 5층짜리 도시형생활주택을 짓기로 했다. 2~4층에 원룸 7가구를 냈고, 1층 자투리 공간은 점포로 조성했다. 꼭대기에 자기가 살 집을 꾸몄다. 공사비와 용역비(설계ㆍ감리), 빌트인 가구 설치 비용을 합쳐 3억7000만원을 들였다. 현재는 매달 월세 수입만 300만원 가량 올린다.

주택시장에서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이 뜨고 있다. 아파트 중심의 기존 틀을 거부하고 저마다의 개성과 목적에 들어맞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협소주택, 쉐어하우스, 콘셉트하우스 같은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협소주택은 10~20평 남짓한 좁은 땅에 지은 집을 말하고, 쉐어하우스는 독립된 생활공간 이외 공용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거주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유형의 주거모델이다. ▶관련기사 24면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오래된 단독주택을 허물고 지은 특화형 도시형생활주택. 주인세대는 맨 윗층에 거주하고 7가구는 임대를 줬다. 108㎡ 남짓한 좁은 땅을 알뜰하게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수목건축]

소형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의 서용식 대표는 이런 모델을 ‘탱고하우스(Tango House·사진)’란 이름으로 범주화했다. 그는 “문화, 지역, 연령대, 취향 등에 대한 주택 소비자들의 유형과 요구가 다양해졌다”며 “각 그룹별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상품에 반영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소 낯선 탱고하우스라는 개념이 등장한 배경에는 몇 가지 사회적 이슈들이 자리한다. 인구 고령화는 해마다 속도를 더하고 있고 1~2인 ‘나홀로 족(族)’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 저금리가 굳어지면서 주택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도 과거에 비해 옅어졌다.

이런 새로운 트렌드를 따른 집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통계는 아직 없다. 전국의 모든 주택 중 절반이 아파트인 ‘아파트 공화국’에서 이런 새 얼굴들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주거 유형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불어날 것이다. 도심 내에 거주할 수 있는 콤팩트한 규모의 주거모델도 더욱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평면구성부터 부지작업, 임대서비스까지 복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규모 전문업체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탱고하우스는 민간영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공에서도 다양한 유형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공동체주택’이 대표적이다. 공동체주택은 독립된 주거공간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거주자들이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공간을 갖추고 있다. 연극인, 디자이너 등 같은 직업군이거나 악기ㆍ그림 등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말한다. 마포구 서교동과 성북구 삼선동에 이런 공동체주택이 문을 연 상태다.

헤럴드경제는 소형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과 함께 11회에 걸쳐 탱고하우스를 소개한다. 실제 건축을 고민하는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솔루션을 제시하는 Q&A란도 게재할 예정이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탱고하우스(Tango House)=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기획된 맞춤형 주택. 주방과 휴식공간을 공유하는 쉐어하우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동호인 주택, 좁은 자투리 땅을 활용한 땅콩주택ㆍ협소주택 등 수요자의 특성에 맞춰 만들어지는 가변적이고 유연한 주택상품이 모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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