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환경부, 진정한 사과부터
사고로 사람이 다쳤다 치자. 그 사고를 유발한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사과다. 그런 다음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해야 한다. 룰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 사는 사회에서 통하는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된 입장이라면 진정한 사과와 철저한 책임은 도리다. 그런데도 가해자인 제조업체 옥시에서도, 규제 책임이 있는 환경부에서도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양쪽 다 원론적인 답변,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에 대해 1997년 “유독물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고시해 대규모 사망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환경부는 당시 유공(현 SK케미칼)이 제출한 제조신고서에 PHMG가 카펫에 뿌리는 용도로만 신청돼 흡입 독성 시험은 생략했고, 유독물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후 2001년부터 옥시레킷벤키저가 이 물질을 활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했지만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사망자와 피해자가 속출하자 환경부는 “카펫에 사용하는 PHMG의 용도를 변경할 때 유해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 당시 없었다”고 해명했다. 비난이 커지자 이번에는 당시 관련 규정이 없었다는 식으로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이는 당시 유독성 물질이 아닌데다 관련 규정이 없었다고 발뺌만 할 사안이 아니다. 화학물질안전관리를 총괄하며 환경성질환에 대한 구제에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부가 과오를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한 설명을 하고, 문제로 지적된 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만 이미 때늦다. 그 것도 옥시 대표의 늑장 사과 뒤끝에 말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던 환경부가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뒷북 대응에 나선 것은 몰염치 그 자체다. 우선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과의 인과관계, 살균제 제조 및 판매업체 책임 규명까지 해내야 한다. 그리고 유독 물질 관리를 총괄하는 주무부처로서 사태에 대한 사과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마땅하다.

원승일 기자/w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