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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포세대’ 행복론①]‘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너무 먼 날까지 보지 마세요”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너무 먼 날까지 바라보지 말고 오늘이라는 날을 오늘을 위해서만 쓰는 것도 행복해지는 삶의 방식이죠.”

지난 4월30일 본지와 만난 밀리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60)씨는 ‘행복한 삶’이란 바로 지금,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움받을 용기’의 한국내 반향에 고마워하며, 한글로 쓰인 책을 읽고 싶어 최근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서툴게 띄엄띄엄, “여러분 덕분에 매일 매일 행복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젊은 층,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위한 행복해지는 삶의 길을 자신의 여러 경험을 통해 들려줬다.



“제 딸이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4년째에요. 대학때부터 취직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활동했는데도 입사지원서를 내는 곳마다 떨어져 서른번이나 떨어졌어요. 그런데도 딸이 아무렇지도 않아서 괜찮은 줄 알았지요. 그런데 어느날 함께 저녁을 먹는데 딸이 말하더군요. “아빠, 나 이렇게 보여도 속으로는 엄청 속상하고 나에게 실망스러워요.” 그래서 딸에게 말했어요. “남들의 평가와 인간의 본질은 다른거다. 너를 한 회사에서 평가를 안했을 뿐이지, 그 평가로 인해 너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니. 너의 가치는 회사의 평가와 다르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거다.”

딸은 용기를 얻었고 이후 몇번의 시도 후 취직을 했다. 기시미씨는 취업을 못해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는 취업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기 가치를 자기가 인정하는 게 그는 ‘자립’이라고 했다.

기시미씨 자신도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키 155cm로 왜소한 그는 ‘10cm만 더 커도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친구에게 털어놨더니, “키는 커서 뭐하려고? 너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재능이 있잖아.”라고 말했다는 것. 그 때 그는 “155센티미터라는 내 키가 열등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남과의 비교, 경쟁이 아니라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게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아버지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무슨 일인가로 아버지에게 여러 대를 세개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후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내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건 아버지 탓’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었다. 그러나 아들러심리학을 알고 나선 바뀌었다.

“얻어 맞은 기억을 없애는 것, 지금까지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좋아지는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죠. 그러나 과거 기억을 버리는게 어려운게 아니라고 먼저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해요. 부모와 관계가 좋아지는 마법이 자고 나면 일어난다.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마법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그림을 그려보라고요. 가령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아버지가 웃으면서 ‘그래, 잘 잤니?’ 하고 말하면 마법이 일어났다는 식으로요. 그렇게 다음날 행동을 해보는 거에요. 아버지가 오히려 싫은 표정을 지을 수도 있어요. 핵심은 상황을 바꿀려고 인사를 하라는게 아니에요.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기시미씨는 아버지와 또 다른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아버지와 둘이 살 때였다. 그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정성껏 카레를 만들었다. 밀가루를 볶는 일부터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아버지가 돌아오셔서 카레를 드시곤 한 마디하셨다. “다시는 만들지 말라.”

그는 화가 났고, 다시는 이런 인간을 위해 요리를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아버지와 관계를 형성해야 할 지도 알 수 없게 됐다.

그런데 10년 후에 그는 아버지의 말이 다른 뜻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게 됐다. ‘너는 학생이니까 공부해야 하지 않겠니, 나에게 이런 시간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그런 아버지는 지금 치매를 앓고 있다. 아들을 때린 기억도, 카레를 만들지 말라는 기억도 없다. 기시미씨는 “과거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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