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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시'의 두 얼굴...인수합병에서 가습기 살균제 ‘모르쇠’까지 15년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 중 7위.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0위.

영국의 생활용품 기업 레킷벤키저를 상징하는 수식어다. 외국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유명하고, 200여개 나라에서 1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기도 하다.

이런 기업이 한국에서는 이미 정부와 학계에서 검증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해 “황사 때문”이라는 말로 둘러대기를 하고 있다. 전 대표와 연구소장이 검찰에 소환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나서는 옥시의 민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옛 동양제철화학(OCI)의 계열사였던 옥시는 2001년 영국계 기업 레킷벤키저에 1625억원에 인수됐다. 당시 생활용품 업계는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많이 차지하고 있었고, OCI도 글로벌 업체들과의 제품 경쟁을 위해 기술력을 쌓아오다 옥시의 제안을 받고 계열사를 매각했다.

옥시를 인수한 레킷벤키저는 글로벌 사업의 노하우를 동원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갔다. 회사가 두각되지 않아서일 뿐이지, 옥시의 제품을 소비자들의 생활 곳곳에 꽤 가까이 있다. 살균 표백제인 ‘옥시크린’은 표백제 시장의 90%를, 제습제인 ‘물먹는 하마’도 국내 습기제거제 시장의 90% 상당을 차지하고 있다.

2001년 레킷벤키저에 인수된 이후 옥시는 유해성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을 살균제 원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는 제품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기 시작하더니, 2010년에는 87억원이 로열티로 나갔다.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벌이며 세를 키워간 옥시레킷벤키저는 벌어들인 것 이상으로 빼갔다. 2003년과 2007년, 2010년 등 총 3차례에 걸쳐 총 543억8000만원 상당을 중간배당액으로 가져갔다. 2010년 배당금은 그해 순이익보다도 53%나 많은 금액이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옥시는 외부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원인 미상의 폐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후인 2013년에는 사업목적에 오히려 건강기능식품 제조, 판매업을 추가하는 ‘배짱’을 보이기도 했다. 2014년에는 아예 사명에서 옥시를 빼고, 레킷벤키저의 영문 이니셜을 살려 ‘RB코리아’로 바꿨다. 철저한 ‘옥시 지우기’인 셈이다.

그러는 사이 2011년 5월 이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에 시달린 환자는 최소 143명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임산부나 어린 아이들이었고, 이 중 80% 상당이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습관적인 구매, 반복 구매가 많은 생활용품 업계에서 초기 시장을 선도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옥시지만, 문제가 불거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옥시의 주방세제 ‘데톨’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추천한 제품으로 마케팅을 했지만, 의협이 옥시로부터 매출의 5%를 받기로 하고 추천마크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옥시가 9년 동안 의협 추천마크를 사용한 대가로 낸 돈은 21억원이 넘었다.

레킷벤키저는 최근 호주에서도 일반 진통제와 핵심성분과 함량이 같은 진통제를 마치 특정 부위 통증에 특효를 발휘하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인 것처럼 광고해, 호주 연방법원이 3개월 내에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레킷벤키저는 허위 광고로 진통제를 팔면서 가격은 같은 성분의 복제약보다 10배 이상 비싸게 팔기도 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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