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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평균 월급 760만원…실리콘밸리 ‘슈퍼 인턴십’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우리나라 인턴의 한달 급여는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이 인턴활동을 통해 받는 평균 월급은 80만원에서 최고 150만원 정도다. 노동법 상의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최소 126만원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는 얘기다. 그마저도 제대로 못받고 착취만 당하는 이른바 ‘열정페이’ 문제도 심각하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족하긴 마찬가지인 해외에서도 인턴들의 처우는 과히 좋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곳이 있다. 바로 ‘미국 혁신 산업의 심장부’ 실리콘밸리다. 2014년 세계 최대 직장평가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주요 IT기업의 평균 인턴 월급은 약 6700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돈으로 76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국내 정규직 임원수준의 급여다. 

여기에는 그럴만 한 이유가 있다. 실리콘밸리 대표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턴들은 그냥 인턴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일하는 인턴들 대부분은 단순 사무직 인턴이 아니다. 컴퓨터공학, 통계학, 전기공학 등 ICT분야를 전공한 전문가급 인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나 새로운 플랫폼 개발 등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 이들에게 거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드니 폴즈

이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최근에도 나왔다. 캘리포니아의 명문 버클리대 출신의 로드니 폴즈(Rodney Folz)라는 사람이 현재 실리콘밸리 기업의 소프트웨어 부서에서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 컴퓨터공학 전공자 인턴 503명을 대상으로 한 ‘월급 설문조사’ 보고서를 지난 26일 공개했다.

폴즈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 ‘#talkpay’ 해시태그를 걸고 인턴들에 본인의 현 직장과 월급,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주고받도록 했다. 그 결과, 기본급과 성과급에 주택보조금, 사택제공금액까지 합한 액수는 예상보다 컸다. 예컨대 게임 생중계 방송채널로 유명한 트위치(Twitch)는 한달 기본급여 7400달러에 최대 1만500달러를 성과급을 제공한다. 


이런 성과급 및 보조금 지급은 회사와 개인사정상 유동적일 수 있고, 개인이 실시간으로 수렴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는 추후에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글래스도어가 2014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인턴 급여 보고서와 결과가 비슷한 것을 고려할 때 상당한 공신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구글 헝가리 부다페스트 사무실

▶‘좋은 인턴들에게는 아끼지 않는다’ 전통 IT강자들=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가지 주목할 게 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세계 최대 IT업체인 구글(Google)의 인턴급여는 월 6000달러 대다. 검색엔진 회사에서 투자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야후(Yahoo)도 비슷하다. 다만 구글은 성과금으로 9000달러를, 야후는 주택보조금으로 최대 4500달러를 추가로 제공하는 정도가 다르다.

애플(Apple)의 인턴 급여는 6700달러로 파악됐다. 여기에 주택 및 사택보조금으로 1000달러가 추가된다. 영국의 권위 있는 브랜드 평가 기관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발표한 2016 브랜드 순위에서 1460억달러로 브랜드가치 1위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의 위용이 느껴진다.

자유분방한 페이스북 멘로 파크 본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대표 기업들도 대동소이하다.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book)의 인턴 월급은 8000달러대로 엇비슷했다. 트위터는 성과급으로 최대 6000달러를 제공한다. 기본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기업에 고객관계관리를 제공하는 기업형 서비스 업체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6500달러에 사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사 그룹들도 빼놓을 수 없다. 오라클(Orac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두 기업의 인턴 급여는 7200달러로 같다. 오라클은 기본급보다 더 큰 7500달러를 주택보조금으로 준다.

▶핀테크,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업들도 ‘높은 인턴 몸값’=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핀테크(fintech) 기업들 역시 능력을 갖춘 인턴들에 높은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과 금융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는 인력들을 조기에 붙잡기 위해서다.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페이,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 등을 고객으로 둔 온라인 결제시스템 제조사 스트라이프(Stripe)의 인턴 기본급여는 월 7000달러다. 비슷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스퀘어(Square)는 성과급 포함 6200달러를 제공한다.

투시그마 사무실 모습

이같은 흐름은 비(非) 인터넷 기반의 기존 금융회사로도 확장되고 있다. 금융산업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사 투시그마(Two Sigma)의 경우 인턴 월급이 무려 1만400달러다. 거기에 각종 성과급이 최대 1만2000달러까지 붙는다. 기술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금융공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젊은이만이 할 수 있는 인턴자리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도 비슷하다. 빅데이터분석이나 금융시스템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인턴들에게는 월 7100달러의 기본급과 2500달러의 성과급을 제공한다. 

팰런티어 기술팀 사무실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분야의 기업들의 인턴 처우 역시 상당하다. 금융 및 정부기관에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팰런티어(Palantir)는 소프트웨어 부서 인턴에게 7500달러와 사택을 제공한다. 인터넷 음성전화와 대용량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윌리오(Twilio), 클라우드 서비스 박스(Box)와 드롭박스(Dropbox)도 각각 6900달러, 6700달러, 6300달러 등으로 비슷하다.
핀터레스트 사무실 모습

▶공유경제, 융합 서비스 회사들의 인턴 처우 = 질의응답 전문 사이트 쿼라(Quora)와 사진공유 네트워크서비스 스냅챗(Snapchat), 생활정보 후기 사이트 옐프(Yelp), 관심사별 이미지 공유 및 검색 엔진 핀터레스트(Pinterest),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Linkedin) 등도 인턴들에 상당한 수준의 처우를 보장한다.

특히 스냅챗 인턴의 기본급여는 1만달러, 핀터레스트 9000달러, 쿼라 8300달러로 모두 인턴봉급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메신저 기반의 업무용 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2009년 틈새시장을 노리고 출시된 슬랙(Slack)은 7700달러를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도 인턴 처우가 좋은 회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버는 인턴 월급여는 7300달러와 우버크레딧을 제공한다. 에어비앤비도 7000달러의 월급과 에어비앤비 크레딧을 부여한다.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입구

그에 비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Amazon)의 인턴 처우는 오히려 낮아 보인다. 아마존의 인턴 월급은 6000달러로 이 순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성과급이 1500달러에서 최고 7500달러까지 추가된다. 세계 최초의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Groupon)은 7700달러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인재 인턴때 일찌감치 잡자=앞서 언급한 대로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인턴들은 그냥 보통 사무직 인턴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등에 특화된 개발자들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많은 돈을 인턴들에게 주는 이유는 그 어느때보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능력으로 무장한 개발자를 잡기 위해 업계가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ICT 혁명을 기반으로 산업내 경쟁은 물론 산업간 경쟁까지 벌여야되는 상황에 처하자 훌륭한 개발자 한명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고 믿는다.

더구나 요즘 20대 개발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PC와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면서 자란 탓에 30-40대 기성 개발자들 못지 않은 해박한 전문 지식과 실전능력을 무장하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는 인물들도 많다. 

반면 이들을 원하는 회사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능력있는 개발자라면 갈 수 있는 일자리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많은 ‘젊은 능력자’들이 인턴 생활을 하면서 ‘이 회사가 다닐만 한 회사인지 아닌지’를 오히려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인턴활동을 해보고 회사의 비전은 물론 처우나 조직 분위기까지 살피면서 마음에 들면 향후 정식 입사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로드니 폴즈의 조사에서 인턴들이 많이 공유한 정보는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오히려 회사의 분위기나, 업무 구조등에 대한 정보가 더 많았다. 예컨대 익명의 페이스북 인턴 경험자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어떤 일을 하든, 직책이 어떻든 궁금한 것은 누구에게든 물어볼 수 있는 기업문화가 있다.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 ‘리더’가 돼 이끌어갈 수 있다”고 페이스북의 장점을 표현했다.

팰러티어의 인턴은 “서로서로 친한 분위기, 좋은 혜택들, 엄청나게 매력적인 프로젝트까지. 인턴으로서 겪을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다. 모든 선배들이 인턴 하나를 위해 일일이 발벗고 나서준다. 사회 초년생이라고 방황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자신이 경험한 회사를 추켜세웠다.

쉽게 쓰고 쉽게 버려진다는 의미의 ‘티슈인턴’, 부장직급의 일까지 도맡아 한다는 의미의 ‘부장인턴’이란 신조어까지 생긴 우리나라 인턴 현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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