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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해외감염병 창궐하는데 우리 검역은?
[헤럴드경제] 서울에 사는 K(20)씨는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후 발열, 발진증상을 보인 끝에 27일 지카 바이러스 감염 최종 양성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 두번째다. 최근 중동을 다녀온 30대 여성 A씨는 같은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환자로 분류돼 현재 전남대병원에서 격리중이다. 해외감염병이 언제든 국내 유입될 수 있다는 생생한 사례다.

며칠 전 해외감염병 차단의 최전선에 있는 국립여수검역소를 방문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메르스사태로 그렇게 혼쭐이 나고도 대한민국의 해외감염병 예방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자리였다. 여수검역소가 관할하는 여수·광양항에는 연간 9300여척이 넘는 배들이 오가고 이 중 3500여척이 승선검역 대상이지만 총 직원 23명에, 순수 검역인력은 16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2인1조로 선박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밤이고 낮이고 24시간 검역을 한다. 새벽 3시까지 기다렸다가 검역해도 정시출근이 기본이고, 시간외수당은 4시간밖에 인정되지 않는다.

검역관들이 바다 한복판에서 승선검역을 위해 높은 배에 오를 때는 배 측면에 비스듬히 설치된 이동식 철계단인 ‘갱웨이’를 이용하는데 높이가 5층 건물 정도는 보통이다. 초대형 선박의 갱웨이를 오를 때는 하도 힘들어서 중간에 쉬었다 가야 할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선박 해상검역 동행취재차 올라가본 갱웨이는 정말 아찔했다. 갱웨이가 없는 배는 ‘줄사다리’로 올라간다. 바이러스, 세균 등 보이지 않는 적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기위해 총칼없는 싸움을 벌인다는 사명감 없이는 일하기 힘든 조건이다.

비단 여수검역소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해외감염병 유행으로 검역대상이 크게 늘었지만 인력은 태부족이다. 항공기와 선박 등 검역대상 운송장비는 2010년 19만4936건에서 2015년 41만3724건으로 두배이상 급증했지만 이 기간 전국 13개 검역소의 인력은 335명에서 325명으로 오히려 10명 줄었다. 검역소 인력은 세관인력(2948명)의 약 10분의 1 수준이고, 출입국관리사무소(1201명)의 3분의 1수준이다. 동물 식품 검역을 담당하는 농립축산검역본부(452명)와 비교해도 인원이 적다. 사람 검역이 동식물 검역보다 못한 꼴이다.

승선검역을 마친 검역관의 말이 아직 생생하다. “새벽까지 일하고 피로가 누적되면 아무래도 꼼꼼히 살피는데 한계가 있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방역에 구멍이 날까 늘 불안합니다” 아직 해상선박을 통해 메르스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 현재와 같은 열악한 상태에서 검역망이 뚫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현 인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벅차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열정만 강요하기보다는 시스템으로 굴러가게 만들어줘야 한다. 여수검역소에서 만난 아름다운 분들의 열정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짓게 되지만 이 문제에 부닥치면 이내 웃음기가 가셔진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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