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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수엘라 ‘주 2일 근무제’ 도입… 전력난에 정부 셧다운 직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전기를 아끼기 위해 공공 부문에 ‘주 2일 근무’를 도입한다. 최악의 경우 전력 부족으로 정부가 셧다운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정례 방송을 통해 “이 중차대한 시기를 견뎌내는 동안 공공 부문은 월요일과 화요일에만 일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공 부문 노동자는 베네수엘라 전체 노동 인력의 3분의 1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소가 있는 구리댐에서 전체 전력의 60%를 공급받는 베네수엘라는 최악의 엘니뇨로 가뭄이 닥치면서 전력난을 겪어왔다. 이에 정부는 절전을 위한 조치들을 점차 강화했다. 전국에 금요일 휴무를 명했으며, 여성의 헤어드라이 사용 금지, 다리미질 금지 같은 세세한 사항까지 권고했다. 급기야 26일부터는 전국 18개 주에서 하루 4시간씩 단전을 시작했지만, 지역에 따라 실제로 단전되는 시간은 이보다 길다.

사진설명=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야권에서는 가뭄은 천재지변이지만, 전력난은 인재라고 비판한다. 이미 2009~2010년 엘니뇨로 인한 전력난을 비롯해 가뭄에서 유발된 전력난이 여러 차례 지속되면서 구리댐에 전력 공급 대부분을 의존하는 시스템이 비판받아왔음에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이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한 소규모 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웠음에도 정부의 부패로 인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불만이 극도로 커진 국민들이 곳곳에서 들고 일어나면서 치안은 불안해지고 있다. 30시간 넘게 정전이 계속된 엘 칼바리오에서는 주민들이 도로를 봉쇄한 채 시위를 벌였다. 12시간 동안 정전이 지속된 줄리아 주에서는 시민들이 버스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가 하면, 베네수엘라 전력공사 본사를 습격하는 폭동까지 일어났다. 27일 밤에만 적어도 3개주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수십명이 체포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은 단순히 전력난 때문만은 아니다.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 경제는 저유가로 최근 경제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성장률이 -8%를 기록하고, 최대 720%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미 곳곳에서 물자 부족이 심해지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녁값을 지불하기 위해 가방 한 가득 현금을 담아가는 모습이나,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로 고작 담배 한 갑밖에 사지 못하는 풍경을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화폐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해 말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찍어낸 지폐만 100억장에 달하고, 심지어 돈을 찍어낼 돈조차 없어 연체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야당인 제일정의당은 경제 실패의 책임을 물어 마두로 대통령을 끌어내릴 방침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주 2일 근무제’를 발표한 다음날, 국민들은 마두로 대통령 국민 소환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서명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베네수엘라 의회를 장악한 정의제일당은 이를 위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 투표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이 2013년 대통령선거 때 얻은 760만 표를 넘는 반대표를 받으면 물러나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 3분의 2는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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