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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다시 도마에 오른 여론조사
총선 후 여론조사에 대한 질타가 후렴처럼 시작되었다. 선거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여론조사를 두고 ‘여론조사의 참패’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사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유독 이번에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유선전화에서 모바일전화로 바뀌었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한 기초 자료 수집방법이 문제였다. 총선을 앞두고 ‘안심번호’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안심번호는 휴대폰 번호대신 1회용 가상번호를 만들어 여론조사에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안심번호는 현행법상 정당만 활용할 수 있다. 각 정당은 이 방법으로 총선 후보를 뽑았다. 

하지만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이 함께 조사를 할 경우 안심번호를 쓸 수 없어 유선전화에 의존했다. 그런데 유선전화를 쓰지 않는 젊은층, 유선전화가 있어도 집에 없는 사람은 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편향될 수밖에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엄격한(?) 안심번호 사용이 부실한 여론조사의 단초가 된 셈이다.

두 번째, 여론조사도 품질의 차이가 있다.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절차와 관련된 인적, 물적 투자 수준이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면접원들의 자질, 진행방법 그리고 이들에 대한 감독 등이다. 여론조사를 과학적이라고 하지만 인적, 물적, 외부 환경변수가 통제되지 않으면 ‘과학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ARS(Automatic Response System) 활용이 조사의 정확성에 문제를 던졌다. 빈번한 전화, 녹음된 음성 메시지가 오면 바로 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조사원을 사용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5% 안팎 정도로 전해진다. 하지만 ARS 쪽으로 가면 2~3% 수준으로 떨어진다. 낮은 응답률과 조악한 조사의 품질은 동의어는 아니다. 그래도 낮은 응답률은 정확도에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경마식 보도도 한 몫을 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여론조사들은 누가 선두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격전지로 알려진 곳들은 이런 현상이 심했다. 조사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국적인 여론의 흐름을 읽기 어려웠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분위기 정도만 알릴뿐 새누리당 지지도의 하락, 정권에 대한 불만, 국민의 당에 대한 기대감 상승 등을 주목한 곳은 드물었다. 지역구 판세에만 치중하지 않고 민심의 흐름을 짚어내고 의미를 해석했더라면 판세 예측이 그렇게 일관되게 빗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SNS로 여론이나 민심을 조작, 조정하려는 시도나 저질의 조사기관이 마구잡이로 만든 “여론‘이 현실을 가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사 기법 보다 거짓 응답 혹은 응답환경의 변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소홀하게 다룬 것이 문제가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양간 고치는’ 작업이 절실하다. 정부, 정당, 학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문제인지 차근차근 따져야 한다. 긴 호흡으로 치열하게 고민, 고민해야 한다. 영국 재상 벤자민 디스렐리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얘기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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