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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 수사] 檢 앞에 선 옥시 신현우 전 사장 “인체에 유해한 지 몰랐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 개발 당시 옥시 최고책임자 등 3명 첫 피의자 소환

-과실치사 혐의 적용ㆍ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 주목…피해자 모임 “옥시 불매운동”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 기자] 사상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6일 오전 신현우(68ㆍ사진) 전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대표이사 등 당시 제품 개발을 주도했던 핵심관계자를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첫 사망자가 나왔던 지난 2011년 5월10일 이후 무려 1814일만에 가해업체의 책임자가 검찰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그동안 소환된 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참고인 신분이었다.

이날 오전 9시 44분께 검찰에 출석한 신현우 전 사장은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었다는 걸 알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몰랐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유가족과 피해자에 죄송하다”며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검찰 수사에 최대한 성의껏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
논란이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이미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신 전 대표를 비롯해 핵심 관계자인 최모 전 선임연구원과 김모 전 연구소장을 상대로 가장 문제가 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게 된 경위와 인체 유해성을 사전에 알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세 명은 옥시가 2001년 유해성 의혹이 제기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출시할 당시 각각 대표와 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연구소장으로 있었다.

신 전 대표의 경우 1990년대부터 2005년까지 10년 넘게 옥시 대표이사를 지냈다. 영국계 레킷벤키저가 2001년 동양화학공업 계열사인 옥시를 인수한 이후에도 최고경영자 자리를 유지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의 정점에 있었다.

현재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에게 업무상 과실 치사 및 치상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피해자와 유족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던 살인죄 적용 문제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인체에 유해함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했다면 살인의 고의가 성립되는데 사람을 죽이기 위해 판매했다는 정황 등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적으로는 쉽지 않은 내용”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들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늑장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이 뒤늦게라도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사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2011년 5월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같은해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나 세정제가 사망의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공론화가 시작됐다.

피해자 가족들이 이듬해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당시 검사 한 명만을 배당했고, 2013년에는 “정부의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수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해 경찰 수사에 이어 올해 검찰 특별수사팀이 출범 이후 수사가 급물살을 탔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37개 시민단체는 전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옥시가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법적ㆍ사회적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할 때까지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한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수사하는 것은 이번 사례가 사실상 처음”이라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과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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