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줄곧 ‘반성 모드’였다. 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대구 지역 후보들은 지난 6일 최경환 당시 대구경북선대본부장과 함께 공원 한복판에서 유권자에게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총선 하루 전에는 후보들이 24시간 이어달리는 ‘반성과 다짐의 24시간 릴레이’를 펼쳤다. 큰절, 노래, 달리기까지 하면서 “앞으로 잘하겠다”고 반성했지만 결국 제1당 달성에도 실패했다.
새누리당이 7일 인터넷에 공개한 동영상 ’반성과 다짐의 노래‘ 중 한 장면. |
새누리당의 다채로운 반성에도 민심은 왜 등을 돌렸을까. 우선 ‘무엇’을 반성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잘하겠다”고 하면서도 ‘무엇을 못했는가’에 대한 사과는 없고, “안 뽑아주면 정부가 위기에 처한다”고 애원하는 게 새누리당의 문법이었다. 외양은 화려하지만 ‘무조건 죄송하다, 한번만 봐달라’는 식의 반성은 민심을 움직이지 못했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그 때뿐인 ‘반성쇼’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크다. 과감한 큰절은 ‘읍소 전략’으로 불리고 용기를 낸 노래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이유다.
총선 패배 뒤 길어진 지도부 공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은 26일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다. 차기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회 인선, 탈당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등 당내 현안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겠다는 의도다. 이 자리에서도 반성 릴레이는 계속됐다. 워크숍에 참석한 당선자들은 마지막 순서로 결의문을 채택하며 “20대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정치 혁신의 변화를 이끌고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려한 몸짓과 재치 있는 노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중 가장 진정성 있는 반성에 가까웠다. 새누리당, 이번엔 정말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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