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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율주행의 명암…인류행복 VS 인류혼란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최근 자동차 업계를 넘어 전 분야에서 화두로 떠오른 자율주행. 이 자율주행은 1925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미국의 엔지니어 프란시스 P 후디나가 운전자 없이 라디오 주파수만으로 차를 움직이는 장면을 연출하며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드라이버리스(driverless)로 소개된 ‘linrrican Wonder’가 지금 불리는 자율주행차의 시초다.

인류가 90년 전 저절로 움직이는 차에 대해 꿈꾸고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율주행은 공상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 인류의 숱한 노력이 1세기 가까이 축적되며 현재 자율주행은 먼 미래가 아닌 손 대면 닿을 법한 현실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율주행 상용화 시기를 불과 5년 뒤로 잡고 있다. 

<사진>구글의 자율주행차 렉서스 RX 450H가 펜실베니아 거리에 주차돼 있는 모습. [출처=게티이미지]

▶교통사고 90% 감소, 1900억달러 효과=이처럼 자율주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앞에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따르고 있다. 마치 아이폰이 출시되며 스마트 세상이 창조된 것처럼 말이다. 자율주행이 본격 시행되면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함께 전에 없던 모습들이 파생적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첨단 기술의 쌍벽인 IT와 자동차 업계가 동시에 뛰어든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는 유럽, 미국, 아시아 지역 전문가 3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자율주행 도입 초기 효과로 2020~2030년 이산화탄소를 최대 60%까지 감출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성숙 단계에 진입하는 2040~2050년이면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평균 하루 50분씩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미국 기준 자율주행차 통근자들이 하루에 절약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10억 시간에 이른다. 시간은 곧 돈이다. 맥킨지 분석 결과 차에 있는 운전자가 모바일 인터넷을 할 경우 1분마다 연간 50억 유로의 디지털미디어 수입이 창출될 수 있다. 

<사진>그랜저HG에 자율주행차 기술이 적용돼 첫 도심 실제도로 주행이 시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교통사고 건수를 최대 90%까지 줄여 해마다 들어가는 도로 보수 등 사고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만 무려 1900억달러에 달한다.

비용이 준다는 점은 새로운 산업에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송 업계가 대표적 예다. 전문가들은 시내를 달리는 일반 승용차보다 고속도로 주행 비중이 높은 트럭에 자율주행 기술이 우선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겨냥해 독일 다임러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대형 트럭을 개발해 미국 네바다주로부터 고속도로 주행 허가증을 받았다. 향후 운송 업계에 자율주행이 보편화될 경우 운전자의 인건비를 대폭 줄인 물류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아가 BCG(보스톤컨설팅그룹)는 자율주행 택시가 보급된다면 요금이 35% 줄어 대중교통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또차량 공유 서비스에 도입된다면 차를 구매하는 대신 빌리거나 공공재로 사용하는 문화가 확산돼 다양한 공유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보험 업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기존처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아니라 자율주행 관련 OEM업체들, 인프라 관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 영업이 새롭게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단계별 자율주행 기술

▶완전자율주행차 사고나면 누구 책임?=반면 자율주행차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실제 도로에 도입되는 정도가 늘어날 때 따를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책임을 누구한테 묻는가이다. 차를 만든 제작사, 자율주행차를 산 소유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관리자, 행정기관 등 현재 법체계만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같은 혼란에 급기야 자율주행 관련 법적 보완이 따르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사고책임에 관한 법률토론회’에서 조석만 법무법인 한민앤대교 변호사는 “레벨3(제한적 자율주행)의 자율주행차는 기본적으로 현행법에 따라 운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운전자의 주의의무위반(업무상 과실) 등에 다툼의 소지가 많아 모든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나아가 자동차가 전적으로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4의 완전자율주행차는 운전자 중심의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입법적인 공백이 발생한다고 본다”고 발표했다.

조 변호사는 완전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형사상 자동차(인공지능), 제조사, 자동차의 서버관리자를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국회에서 열린 자율주행 사고책임 관련 법률토론회 현장

또 민사상으로도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무체물(無體物)인 소프트웨어는 제조물이 아니라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조 변호사는 설명했다. 차가 스스로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게 운전면허 취소 혹은 정지 처분도 내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 변호사는 자율주행차 개념을 법적 책임 측면에서 재정립하고, 운전자의 개념도 제도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 시점에서 당장 2020년에 상용화가 임박한 레벨3의 자율주행차에 초점을 맞춰 사고 시 법적 책임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법규가 유지될 경우 자율주행차 사고 시 운전자가 가장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류태선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박사는 “현행 법규에서는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은 운전자 및 소유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고, 소유주 또는 운전자가 결함을 규명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 사고책임은 우선적으로 운전자에게 부여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류 박사는 “교통사고에 있어 운전자의 부주의인지,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인지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사고전후의 영상기록, 사고기록 등을 담을 수 있는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블랙박스, 텔레메틱스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차량 운행 상태를 기록하는 방대한 도로교통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돼야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이사는 또 차량 운행정보가 차량 제조사를 통해 집적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보험사에 공유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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