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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후’ vs ‘왕좌’… 韓美 간판드라마 ‘성공 3차 방정식’은
최근 막을 내린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른바 ‘태후앓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태후앓이’는 중화권은 물론 일본, 동남아까지 확산하며 막대한 경제적 효과도 창출했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아시아권을 사로잡은 태양의 후예를 전세계를 강타한 대표적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비교해 한국 드라마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달 시즌6 방영을 앞둔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 시즌제 드라마로, 16부작인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한미 양국의 성공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경제적 파급효과와 인기도, 성공요인 등을 분석했다.



8억 vs 103억…회당 제작비‘왕좌’가 13배

태양의 후예와 왕좌의 게임은 스케일부터 차이가 난다. 회당 제작비만 왕좌의 게임이 태양의 후예보다 13배 많다. 태양의 후예는 총 제작비가 130억원인 반면, 왕좌의 게임 시즌5는 9000만달러로 우리돈 1031억원이 투입됐다. 이를 회당 제작비로 환산하면, 태양의 후예가 8억1000만원, 왕좌의 게임은 103억원이다.

왕좌의 게임의 제작비가 월등히 많은 이유로는 미국의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꼽힌다. 사전제작은 기본이고 방영 시스템도 합법적인 유통망으로만 소비할 수 있도록 해 수익을 확보, 이를 다시 제작비에 투자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실제로 왕좌의 게임은 유료방송채널인 HBO에서 방영된다. 전세계 동시상영 역시 한국의 경우 영화 채널 ‘스크린’이 독점해 콘텐츠를 보고 싶은 시청자가 처음부터 돈을 내고 볼 수 있도록 했다.

타임워너(Time Warner)의 계열사인 HBO는 실제 방영을 하는 방송 채널말고도 온라인 DVD를 판매하는 애프터마켓까지 함께 갖고 있어 튼튼한 수익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의 표상이 됐다. 지난 2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태양의 후예는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반년에 걸쳐 제작을 완료했다.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을 가능케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규제 강화였다. 일찌감치 중국과 판권계약을 체결했던 태양의 후예는 중국의 ‘전편 사전심의’라는 갑작스런 규제 강화로 사전제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류 열풍이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흥행 이후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 오던 중국 드라마 1위 제작사 화처미디어는 태양의 후예 공동제작을 맡은 대형 영화배급사 ‘NEW’에 제작비를 투자했다. 화처미디어는 NEW의 지분 13.3%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NEW와 KBS의 자회사 KGCS는 ‘태양의 후예 문화전문 유한회사(문전사)’를 설립하고 문전사의 지분율을 각각 50%씩 소유했다. 방영권은 KBS가 갖고 저작권은 문전사가 가져갔다.

중국의 투자는 사전제작을 가능케 해 극의 완성도를 높일 뿐 아니라 그동안 국내 드라마 제작에 만연했던 쪽대본 폐단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드라마 산업규모가 커지면서 미국과 같은 스케일이 큰 시즌제 드라마도 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32개국 vs 191개국…판권수출‘태후’亞 집중

태양의 후예 인기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뒤덮었다. 영국의 BBC방송은 “한국의 군(軍) 로맨스를 다룬 ‘태양의 후예’가 아시아를 휩쓸었다”며 태후 열풍에 대해 집중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선 15일 현재 누적 상영수가 26억8100만뷰를 넘어섰다. 중국의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는 ‘태양의 후예’ 해시태그(#太的后裔)가 60억 회를 넘어섰다.

왕좌의 게임은 총 191개국에서 동시 방영됐다. 시청자 수는 시즌1 첫 회에 250만명이었지만 시즌5는 회당 평균 시청자가 688만명으로 2.5배 늘었다. 트위터 팔로워 수도 316만 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TV프로그램 중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 드라마 모두 가장 큰 인기 요인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탄탄한 극의 전개에 있다. 태양의 후예와 왕좌의 게임 모두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태양의 후예는 ‘우르크’라는 가상 분쟁지역에서, 왕좌의 게임은 가상의 대륙 웨스테로스를 배경으로 7개의 왕국이 절대적 통치권인 철의 왕좌를 놓고 권력다툼을 벌인다. 태양의 후예가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다룬 여성 중심적 로맨스라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는 왕좌의 게임은 남성이 열광하는 판타지 사극물인 셈이다.

태양의 후예가 정의감과 사명감, 사랑, 연대, 그리고 권선징악이라는 훈훈한 스토리로 극을 완성한 것과 달리, 왕좌의 게임은 등장인물을 악인과 선인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선한 인물이 악인이 되기도 하고, 악당으로 등장한 인물이 일시적으로 선인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으로 생각됐던 인물조차 가차없이 죽이는 예측 불가한 전개로 시청자를 애태우게 만드는 것 역시 인기요인이다. 특히 승부욕 강한 난쟁이 캐릭터 티리온을 연기한 피터 딘클리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왕좌의 게임 시즌5 장면들

6000만원 vs 3억…주연배우 출연료 3배 이상

두 작품의 인기는 출연자들의 몸값도 수직 상승시켰다. 태양의 후예 유시진 역의 송중기는 회당 6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선전으로 출연료가 5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주인공 송혜교 역시 회당 출연료가 6000만원으로 알려졌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로 시청률 불패신화를 써온 스타작가 김은숙 작가의 원고료는 회당 5000에서 8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미니시리즈 16부작 기준 총 8억~13억원 선이다.

태양의 후예 작가와 배우들의 출연료는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왕좌의 게임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왕좌의 게임 출연진은 배역비중과 출연료 순으로 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가장 높은 출연료 그룹과 최하위 그룹의 회당 출연료 차이는 회당 24만5000달러에 달했다. 10회 기준으로 하면 무려 245만달러(약 29억원)차이다.

피터 딘클리지의 출연료는 회당 30만 달러에 달한다.

출연료 사다리 최정상에는 티리온 라니스터 역의 피터 딘클리지, 세르세이 바라테온 왕비 역의 레나 헤디, 대너리스 타가리옌 공주 역의 에밀리아 클라크 등이 있다. 시즌4 출연 당시 회당 15만달러였던 이들의 출연료는 시즌5 회당 30만달러(3억원)로 두배 뛰었다. 또 왕좌의 게임 원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작가 조지 R.R마틴은 2014년 저작권 수입으로만 1200만달러(137억원)를 벌어들였다. 덕분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꼽은 ‘2014년 가장 돈을 많이 번 작가’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왕좌의 게임 원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와 작가 조지 R.R마틴

‘태후’기대매출 500억ㆍ中아이치이는 10배 수익

드라마의 인기는 수익과 직결된다. 제작사와 출연진이 큰 돈을 벌었을 뿐 아니라 관련된 여러 산업도 후광효과를 보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종영 전 이미 드라마 제작비 130억원을 회수했다. 기대 매출은 500억원대로 여겨진다. 또 태양의 후예 제작사는 KBS에 방영권 판매로 40억원을 벌었으며, 간접광고(PPL)로 30억원 수익을 냈다. 종영 후 국내 케이블 재방송권, 문형비디오(VOD),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관련 수익, 리메이크 판권, 기타 부가수익까지 기대되고 있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가 타고다녔던 현대 투싼 아라블루(위)와 송혜교의 라네즈 투톤 립 바 쥬시팝은 막대한 광고 효과를 얻었다.

태양의 후예에 투자한 중국 방송 플랫폼도 대박을 쳤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아이치이(愛奇藝)는 태양의 후예‘ 판권을 회당 150만위안씩 총 2400만위안(42억원)에 선구매했다. 중화권 언론과 일본 닛칸스포츠 등에 따르면, 아이치이가 ‘태후’로 벌어들인 광고수입은 이 드라마 판권의 10배를 넘겼다. 420억원 이상을 태후 한 편의 광고비로 챙긴 셈이다.

이뿐 아니다. 매월 3500원(19.8위안)을 내고 동영상을 보는 아이치이 유료회원 수는 작년 말 약 1000만명에서 3월 말 현재 1500만명으로 늘었다. 종합하면 아이치이가 태후를 방영하며 번 돈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600억원(3억4000만위안)정도다. 새로운 방송 제작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지만, 아직도 ‘중국 버전’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규제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 세대인 젊은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방송을 보길 원했고, 아이치이가 KBS와 동시방영을 위해 판권을 따로 산 것이 ‘황금알’을 낳았다. 

강원도 태백의 태양의 후예 촬영지. 우르크 태백부대의 주둔지로 쓰였다.

왕좌의 게임의 경우, 제작사와 방송사, 그리고 DVD판매까지 HBO 한 회사가 관리하면서 수익안정성을 극대화했다. 2014년 2분기 타임워너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해 67억9000만달러(약 8조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HBO의 성장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HBO의 구독자 수는 ‘왕좌의 게임’ 인기 등으로 1년 새 15%가 증가했다. 또 왕좌의 게임은 지난해 9월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상을 비롯 12개 부문을 휩쓸며 세계적인 위상을 증명하기도 했다.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한지연 인턴기자/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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