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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근로여건 개선’ 과감히 추진해야 저출산 해결 -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직장여성들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15년 동안 계속된 초저출산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맞벌이 가구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않다.

“초등학생 1~3학년 자녀 둔 직장여성 연간 약3만명 사직”, “어린이집 이용 아동의 35%가 부모의 늦은 퇴근 때문에 추가로 사적돌봄서비스 이용”, “OECD 최고수준의 장시간 근로와 회식 등으로 아이 얼굴도 보기 힘든 아빠들” 이러한 현실을 들여다보면, ‘돌봄 비용’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의 문제가 직장여성의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문제임을 알 수 있다.

국가별 비교결과 근로시간과 출산율이 정확히 반비례한다는 사실은 임신ㆍ출산ㆍ육아에서 ‘시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직장여성이 ‘근로’와 ‘돌봄’을 같이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려면 유연한 근로형태 확산 등을 통해, 일하면서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줘야한다. 과도하고 경직된 근로시간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일하는 여성들의 출산율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간 정부는 임신ㆍ출산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지원 확대, 난임시술 지원 강화, 보육료 지원 확대, 초등돌봄 내실화 등 임신부터 양육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왔다. 이와함께, 출산휴가, 육아휴직, 임신ㆍ육아기 근로시간단축, 전환형 시간선택제 등 ‘시간’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일ㆍ가정 양립제도를 도입ㆍ시행해 왔다. 그러나 근로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매우 낮다. 임신ㆍ출산ㆍ양육시기별로 ‘시간’을 가지려 할 경우 경력단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모 기업에서 결혼한 여직원에게 사직을 종용한 사례에서 보듯이 ‘시간 지원’은 제도 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전반의 문화가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이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시간’에 대해 우리사회 모두가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에도 일과 가정의 양립이 근로현장에서 실천되고, 우리 사회의 문화로 일상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와 인식개선 대책이 담겼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경제5단체가 일ㆍ가정양립 실천선언을 발표하고 올해 3월부터 경제단체와 정부가 협력해 대규모 일ㆍ가정 양립 실태조사와 전환형 시간선택제 확산, 남성육아휴직 활성화, 대체인력 활용 확대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을 회복하는 일은 쉽지않은 일이다. 고용시스템과 직장문화가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여러가지 돌봄지원 정책도 고용환경에 맞게 보완돼야 할 것이다. 조금 일찍 퇴근해 어린이집이나 초등돌봄교실에서 자녀를 데려가고 가족들이 함께 저녁식탁에 둘러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때, 가족의 가치가 회복되고,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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