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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남자의 로망?’ 작은 책방에서 희망 찾기
어느 대형서점의 대표와 차를 마시다 공감한 얘기가 있다. 그는 은퇴하면 친구와 작은 북카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거기서 좋아하는 책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아내 눈치도 안보고 1석 3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카페는 일종의 ‘집 밖 서재’라며, ‘서재는 남자의 로망’이라는 말을 했다. “서재는 바로 나만의 공간이자 해방구죠”라고 말할 때, 그의 표정은 환했다.

그의 은퇴 후 북카페에 박수를 보내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 건 ‘남자의 로망’이란 대목여서였다. TV드라마와 광고에 ‘있어보이는’ 남자들의 공간에 왜 자주 서재가 등장하는지 이해가 갔다. 남자들이 그 곳으로 들어간다는 건 “지금부터 난 방해받기 싫다”는 암묵적인 표현이었던 것이다.

최인훈이 소설 ‘광장’에서 일찌기 말했듯이,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종족이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는 또 살지 못하는 동물이니 말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책방 순례에 나서겠다고 한 스스로의 약속을 얼마전부터 주말마다 이어가고 있다.

길이 익숙하고 친근한 홍대 근처를 우선 탐색지로 선택하고 길에 나섰다. 작은 책방, 독립서점을 찾아나서는 게 목적이지만 홍대 인근은 골목 골목 구경하는 재미, 먹는 즐거움 또한 쏠쏠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동네 답게 예쁜 가게와 카페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난다. 이전엔 보기 어려웠던 게스트하우스들이 생겨나는 모습은 이채롭다. 그런 와중이니 골목마다 공사중인 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모바일 지도를 켜고 따라가도 엉뚱한 표지가 나오는가 하면 공사로 길이 막혀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찾아간 작은 서점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다. 일반 대형서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책과 개성있는 공간에 한번 빠지면 헤아나기 어렵다. 이런 책방은 굳이 임대료가 비싼 1층에 책방을 낼 필요도 없고 공간이 크지 않아도 된다. 다락방처럼 건물의 꼭대기층에 자리잡아도 사람들은 어찌 어찌 알고 다 찾아간다. 사무실과 책방이 대여섯평 공간을 나눠쓰느라 답답하고 좁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독립서점은 ‘이상한 책’이 책방의 컨셉이다. 습작같은 만화나 디자인, 사진집 등 허섭해 보일 수 있는 책들이 주를 이룬다. 그 중엔 동네 카페 주인이 낸 책도 있다.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인디책이다. ‘이상한 책’도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루에 20,30명 정도 찾는 책방이지만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 유통시킬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책방주인은 말한다.

세계 각지의 서점을 순례하고 책방 주인들을 만나 ‘세계서점기행’이란 책을 낸 한 출판사 대표는“세계 명문서점들은 지역을 재생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개성있는 작은 서점들이 동네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는데 우리 사회의 희망을 걸어도 되지 않을까?

이윤미 선임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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