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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업 금지는 최악의 규제
탐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모호한 언동을 접하면 그대로 받아 들이지 않고 사실관계를 따로 파악해 보려는 자위적 본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동한 탐정의 역사는 고대 영국에서 상인들이 재산범죄 발생 시 마을(집단)의 힘을 빌린 처벌보다 도난당한 재산을 회수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수탁적 민간조사업으로 이어진 후 시대와 나라를 넘나들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존재의 유용성이 검증됐다. 

오늘날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은 탐정제도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직업으로 정착시켜 ‘사적권리구제와 의문의 해소’라는 국민의 요청에 부응토록 관리ㆍ육성하고 있다. 또 이들 나라에서는 민간조사업의 직업화에 만족하지 않고 사설탐정을 소재로 한 영화ㆍ드라마ㆍ소설 등 탐정문화의 창달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까지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간조사업(사립탐정)도입 논의가 공론화된 15년이된 지금까지 줄곧 막연한 ‘사생활 침해 우려’에 함몰(陷沒) 돼 탐정을 영화에서만 보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툭하면 ‘글로벌한 사고가 필요하다’거나 언필칭 ‘OECD기준’을 들고 나오면서, 민간조사원의 직업화에는 왜 그토록 외면해 왔는지 궁금하다. 외국에서 하니 우리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여서는 않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탐정업’을 금지하고 있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 40조(신용정보회사 등의 금지사항)의 모순을 우선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은 ‘경제상의 신용과 관련된 사생활보호’를 목적으로 마련된 것임에도, 이 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신용조회업,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과 전혀 무관한 ‘신용정보 외의 사실관계 파악활동 등의 탐정업’에 이르기까지 ‘그 업(業)과 탐정이라는 명칭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은 신용정보법 제정의 본래적 취지를 훌쩍 벗어난 확장입법일 뿐만 아니라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지그재그식 무차별 규제라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이 법의 소관청인 금융위원회는 1995년 1월 개정된 이 법과 이 법의 전신(前身)인 ‘신용조사업법’의 입법과정에서 졸속은 없었는지 또는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진지하게 숙고해 봐야 한다.

이와함께 재작년 3월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에 의해 ‘민간조사업’을 신직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제시된 이후 법무부와 경찰청 간 소관청 지정을 둘러싼 부처간 이견으로 후속 법제도적 인프라 정비(구축)작업이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음에 적잖은 국민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국무회의에 보고된 사안이 반상회 논의사항 보다 진지함이 떨어진 형국이다. 우리가 이렇게 한가롭게 시간을 허비 할 형편인가? 어느 나라에서 소관청 결정 하나에 3년을 보내고 있는가? 법무부와 경찰청,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의 대승적 협업과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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