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알파고 한달 ②] AI 전문가 장병탁 서울대 교수 “인공지능은 조수…그러나”
-“AI가 사람 완전 대체, 먼 미래의 이야기”
-“AI 도입 염두에 두고 지금관 다른 교육 시작해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ㆍ잠재력의 중요성 인지해야”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인공지능과 인간 최고수가 다섯차례의 바둑 대국을 치룬지 한달.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으며 인류는 인공지능이 인간 사고 영역에 생각 이상으로 근접해 있다는 충격에 빠졌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며 가까운 미래사회 구조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인류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는 말그대로 ‘지나친 우려’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이자 국내 AI 권위자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5일 이같은 논란에 대해 “AI는 일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조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날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에서 만난 장 교수는 “모든 것엔 두 가지 측면이 있고 AI도 마찬가지”라며 “전형적으로 정보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AI가 반복되는 일은 대체할 수 있겠지만,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정말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바둑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이자 국내 AI 권위자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이같은 논란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장 교수에 따르면 AI 대체 문제는 현시점에선 경영상 의사결정 문제에 가깝다. 그는 “예컨대 20명이 모여 100억원의 자산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인원을 유지하면서 AI를 도입하게 되면 1000억원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며 “그러나 인원을 10명, 5명으로 줄이고 같은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도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차원의 의사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의사결정권자의 몫인 것이다.

AI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인간의 손길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장 교수는 “AI가 겉으로 보면 완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입력하는 데이터에 따라 학습을 잘하는 것일 뿐 어떤 데이터를 줘야할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며 “사람이 전혀 필요없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일들이 인간의 감성과 사회성을 필요로 하는 데 반해 AI의 이른바 ‘시스템1’로 정의되는 감성ㆍ사회성 연구는 아직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단계인 ‘시스템2’에 비해 걸음마 수준인 것이 그 이유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이제는 AI가 도입될 수 있단 생각을 염두에 두고 지금과는 다른 교육을 해야 한다”며 “이과생의 경우엔 공식이 있다면 그게 무슨 의미이고 그것을 가지고 뭘 할 수 있고, 어디다 활용하면 좋을지, 말하자면 더 창의적인 걸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물론 AI가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기우로 폄하하기는 어렵다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장 교수는 “똑똑한 컴퓨터가 더 똘똘한 인공지능을 만들고, 이러한 인공지능이 또 새로운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지능폭발현상’으로 AI는 5년, 10년 안에 상당한 발전을 할 것”이라며 “어쩌면 사람을 능가할 수 있는 AI가 나올지도 모른단 우려도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알파고 쇼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정부 역시 한국형 AI 개발을 위해 지능정보산업 육성하겠다는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늦게라도 AI의 중요성을 알았다는 게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간 싸움이 생명인 AI 분야의 후발주자인 만큼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 교수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강점을 더 살리는 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간에 답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상세계의 강자 구글이 점점 물리적인 세계로 내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에 강한 한국은 반대로 물리적 세계에서 가상세계로 올라가는 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와 잠재력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것이 구글과 알파고가 우리에게 던져준 가르침”이라고 했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