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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2년…팽목항 현지르포] “행여 돌아올까…脫喪 못하고 눈물로 바다만 바라봅니다”
못찾은 자녀시신이라도 찾을까
망원 카메라로 인양작업 주시
주말엔 조문객 100여명 찾아와



“국가 개조는 안전관리와 구조구난의 지휘부와 조직을 재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뉘우침의 진정성에 도달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입니다.”

소설가 김훈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쓴 글의 일부다. 참사 2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사회는 과연 ‘뉘우침의 진정성’에 도달했을까.

 

지난 12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찾은 전남 진도군은 언제 그런 비극이 있었냐는 듯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반면 참사가 일어난 2년 전 그날에 시간이 멈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이날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미수습자 가족ㆍ유가족들과 함께 인양 작업중인 중국 상하이 셀비지의 ‘달리하오’ 바지선에 올라 모니터링을 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그러나 높은 파도와 강한 조류 때문에 이들을 태운 어선은 바지선에 접안하지 못하고 뱃머리를 돌려 사고해역 인근 동거차도로 향했다.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불과 2.6㎞ 떨어진 이곳 동거차도에는 유가족 캠프가 있다. 항구에서 내려 20~30여분을 걸어 산을 오르면 사고 해역이 손에 잡힐듯 눈 앞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유가족들은 망원 카메라를 이용해 인양작업을 감시하고 있다. 사고 이후 커져만 갔던 ‘불신’ 때문이다.

 

“섬이 이렇게 가까운데. 구명조끼 입고 배에서 뛰어내리기만 했어도 떠밀려 왔을텐데….” 눌러쓴 벙거지 모자 아래로 까칠한 수염이 자란 ‘예슬이 아빠’ 박종범씨가 탄식했다. ‘윤민이 아빠’ 최성용씨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다”며 “사고 이후로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소연이 아빠’ 김진철씨는 “혼자 힘으로 외동딸 소연이를 네 살 때부터 남부럽지 않게 키워놨는데 이렇게 됐다. 자식 여러명 낳은 부모들이 부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년 동안 수없이 흘렸지만, 눈물은 여전히 마를 생각을 않는다.

‘탈상(脫喪)’을 하지 못하는 유가족들에게 일부 국민들이 보내는 차가운 시선 역시 유가족들은 잘 알고 있었다.

김씨는 “당신의 자식이, 당신의 가족이 이렇게 죽었다고 입장 바꿔 조금만 생각해 보시라. 설령 지지는 못 해주더라도 ‘그만 좀 하라’는 등 상처주는 말은 차마 못할 것”이라고 울먹였다.

4ㆍ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 팀장 장동원(생존학생 아버지)씨는 “아직 의혹이 너무 많은데 대체 뭐가 다 끝났느냐”며 “최근 특조위 2차 청문회에서 청해진해운과 국정원과의 연관 관계라든지 선사가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한 것 등 새로운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도 팽목항에는 더 기막힌 사람들이 남아있다. 미수습자(실종자) 가족들 일부다. 가족이 물 속에서 수장당한 것으로 모자라 그 시신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곳 팽목항 분향소에는 참사 2주기가 다가오면서 평일 30∼40명, 주말과 휴일에는 100명에 가까운 조문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은화 엄마’ 이금희씨는 “온전한 인양이 잘 돼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고, 내년 3주기는 정말 온전한 추모 문화제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씨는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제도와 법이 만들어져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도 있었다. 동생 권재근씨와 조카 혁규군을 잃은 권오복씨는 “그동안 ‘시체장사하냐’는 소리 등 온갖 질타를 다 받아 봤다. 그러나 아직 시신을 못 찾은 미수습자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임회면 백동리 무궁화동산에는 최근 세월호 ‘기억의 숲’이 완공됐다. 이곳에는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노란색 단풍을 물들이는 은행나무 300여그루가 심어졌다. 숲 조성을 제안한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 페러는 “우리는 명료한 지혜를 되찾아 보다 성숙한 미래를 꿈꾸고자 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진도=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사진설명>배우 오드리 헵번의 첫째아들 션 헵번 페러의 제안으로 조성된 ‘기억의 숲’. 이곳에는 가을마다 노란색 단풍을 물들이는 은행나무 300여그루가 심어졌다(위). 사고 해역에서 인양작업을 펼치고 있는 중국 상하이 샐비지의 바지선 ‘달리하오’의 모습(가운데). 세월호 참사 사고 해역이 육안으로 보이는 동거차도에서 유가족들이 인양 작업을 지켜보는 망원 카메라(아래). 
진도=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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