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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셩뉘’ㆍ‘완뉘’…30대 미혼여성 고립시키는 중국사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익과 같다. 25세가 지나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

한동안 여성의 가치를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빗대 비하하는 말이 한국에서 유행했다. 30대 미혼 여성을 비하하는 이른바 ‘상폐녀(상장폐지녀)’는 표현도 여성을 폄하하는 일부 네티즌들에게 널리 사용된 용어 중 하나다. 여성을 ‘나이’로 평가하는 그릇된 여성인식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중매시장에 자신의 싱글라이프를 존중해줄 것을 밝히는 셩뉘들의 메세지 [사진= ‘SK-Ⅱ’ 유튜브 영상 캡쳐]

중국에서 20대 후반의 미혼 여성은 ‘셩뉘’라고 불린다. ‘남겨진 여성’(left over)라는 뜻이다. 본래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지 않았지만 최근 셩뉘 여성이 급증하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해졌다고 텔래그라프는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SK-Ⅱ’가 중국 여성을 겨냥해 만든 ‘셩뉘 광고’가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공개된 이 영상은 30대 이상의 미혼 여성을 ‘완뉘’ㆍ‘셩뉘’라 부르며 “너의 인생은 끝났다”고 바라보는 중국 사회 편견을 고발하고 있다. 영국 텔래그라프는 “사회적 편견과 맞서 싸우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30대 미혼여성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냉혹하다. 중국 교육부는‘셩뉘’를 2007년 공식 단어로 채택했다. 공산당 산하의 중국 여성재단은 2011년 칼럼을 통해 “예쁜 여성들은 교육이 따로 필요없다.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아도 이들은 쉽게 결혼을 할 수 있다. 고학력은 밋밋한 외모를 가진 여성들이 결혼조건을 높이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스스로 여성의 가치를 ‘나이’와 ‘결혼’에 제한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앞장 서서 중국 미혼여성을 폄하하고 나선 것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국의 초혼연령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중국 유동인구의 평균 초혼 연령은 23.7세이다. 반면, 베이징의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이 27.8세, 여성이 26.2세를 기록해 3년 전보다 각각 1세씩 상승했다. 중국의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3400만 명 가량 많다보니 비난의 화살은 ‘결혼의 미덕을 택하지 않는 미혼 여성’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중국의 인구 성비 불균형은 지난해 철폐된 ‘한자녀 정책’에서 비롯됐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이푸셴 연구원은 “80년대 후반에서부터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결혼 적령기를 맞이하면서 ‘광꾼(중국에서 독신남을 이르는 말)’이 넘쳐나기 시작했다”며 “연구에 따르면 큰 규모의 남녀 성비 불균형은 반사회적 행위나 폭령행위의 증가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푸셴 연구원은 셩뉘여성들에 대한 비판 역시 중국 정부가 한자녀 정책을 탓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역으로 집단으로 성장한 셩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라고 중국일보 네트워크에 주장했다.

세계 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15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남녀평등 지수는 145개국 중 83위를 차지했다. 한국(115위)이나 일본(84위)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순위이지만, 지난 2010년 중국이 60위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크게 떨어졌다. 이에 대해 텔래그라프는 “삶의 방식이 달라진 것뿐이라는 셩뉘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의 시각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고 전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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