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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짧은 치마가 수업 방해?…뉴질랜드 고교,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 입어라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무릎이 훤히 보일 정도로 짧은 여학생의 치마길이가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여성의 옷차림이 두고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쪽에선 여성의 옷차림이 성(性)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성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을 편다. 심지어 운전자의 곁눈질 때문에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여론이 더 많다. ‘여성의 몸=성적 대상’이라는 편협한 시각이 문제라는 비판이다. 애꿎은 여성의 옷차림을 원인 제공자로 몰아 붙이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21세기를 살고 있다는 지금, 여학생의 치마길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뉴질랜드에선 한 고등학교에서 교감이 여학생들에게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치마를 입으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남성 교사들과 남학생이 ‘딴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지침의 이유가 문제가 됐다. 여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에 무고한 여학생들을 문제 원인 제공자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현지언론 뉴셔브를 인용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위치한 헨더슨 고등학교의 체리스 텔포드 교감은 11학년 학생 40여명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텔포드 교감은 지침이 “남학생들이 부적절한 생각을 하는 것에서 여학생들을 보호하고, 남성 교사들에게 적절한 업무 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침 내용은 즉각 학생들과 학부모,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매시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데보라 러셀 페미니스트 논평가는 “매우 불쾌하다”면서 “이는 젊은 여성들이 젊은 남성들의 성적 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지침이다. 또 젊은 남성들에게 성적 충동은 제어 불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지침이다”고 말했다.

성폭력 유관 기관 관계자는 “학교에서 옷에 대한 지침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만 지침의 내용은 남성 교사들과 학생들이 집중하도록 하는 책임이 여학생들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일갈했다.

지침을 직접 들었던 세이드 터틀은 지침을 듣는 순간에는 반대하지 못했고, 속으로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셔브에 “지침 내용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이것이 여학생들의 몸이 성과 관계가 있으며, 집중력을 흐린다는 생각 속에서 여학생에게 특별히 내려온 것이라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치마 길이와 관련된 논란은 유독 우리나라에선 역사가 깊다.

1967년 가수 윤복희가 미국에서 미니스커트 입고 귀국하면서 치마 길이의 애증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윤복희의 미니스커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초미니, 핫 팬츠라는 단어를 낳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찰은 미니스커트가 ‘풍기문란죄’라며 무릎 위 20cm 이상은 단속 대상으로 규정했다. 경찰이 거리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다리에 대나무 자를 들이대 길이를 확인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본 것도 이 때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해묵은 여성의 치마 길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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