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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기부의 민낯, '내 재산은 안쓴다'...“불량한 독지활동”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경선주자가 지난 5년 동안 1억2000만 달러(약 1170억원)을 기부했지만, 정작 자신의 돈은 안 쓴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나 경매나 추첨행사에 뿌린 무료 이용권으로 생색내기용 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기부 실태를 분석한 결과, 자기 돈이나 현금이 사용되는 것을 기피한 흔적이 역력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선거운동 캠프는 트럼프가 지난 5년 동안 1억200만 달러(약 1170억원)가 넘는 기부를 했다며 93페이지, 4844건에 이르는 문건을 AP통신에 건넸다. WP는 이를 입수해 탐사 취재에 들어갔다.

[사진=게티이미지]

기부 목록의 대다수는 본인이 소유한 골프장, 호텔, 스파, 식당 등에서 경매나 추첨행사에 뿌린 무료 이용권이었다. 자신이 소유한 토지의 개발권을 포기한 것이 가장 고액의 기부 사례로 포장됐으며, 이는 그가 냈다는 기부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재단의 이름으로 전달된 자금이 있기는 했지만, 이는 다른 이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드러났다.

WP가 세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한 차례도 재단에 자기 돈을 낸 적이 없었다. 그마저도 불우한 환경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아닌 사업이나 정치활동에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이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재단의 기부는 트럼프가 소유한 시설을 유료로 이용하는 단체나 공화당에서 트럼프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이뤄졌다.

자기 돈으로 한 기부가 한 푼도 없다는 지적을 트럼프 측은 부인했다. 트럼프의 보좌관 앨런 바이셀버그는 “트럼프가 후하게 사재를 털어내고 있다”면서도 그 주장을 뒷받침할 문건은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기부 행태를 두고 뒷말도 무성하게 쏟아지고 있다.

골프장 같은 시설의 이용권을 얻은 이들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이 아닌 불특정 다수였다. 예를 들면 800달러짜리 이용권을 얻은 이가 ‘브라이언’으로만 목록에 적혀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재정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도 기부 목록에 포함됐다. 윌리엄스의 대변인은 윌리엄스가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 개설된 테니스장 리본커팅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윌리엄스에게 돈을 주지 않고 자기 비행기에 태워 이동을 도와주고 사진 액자를 선물한 뒤 1136달러56센트 가치의 기부를 했다고 기록했다.

뭉뚱그려 6380만 달러(약 732억원) 어치로 기록된 토지 개발권 포기도 과연 기부로 봐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이 다분한 데다가 개발권을 포기했다지만 뒤로는 영리사업을 하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사례를 보면 트럼프는 골프장 근처에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포기하고 이를 기부로 책정했으나 그 자리에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 재단의 기부를 보면 실제로 주머니를 터는 사람들은 동업자들이었으나 명의는 항상 트럼프의 몫이었다.

약속한 기부를 두고 승강이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마틴 그린버그라는 사람은 2010년 뉴욕주 매너에서 트럼프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열린 자선대회에서 홀인원에 성공했다.

홀인원을 하면 100만 달러 상금을 받는 대회였으나 골프장은 몇 시간 뒤 150야드 미만 홀인원은 대상이 아니라는 규정을 들이대며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당시 대회가 열린 트럼프 골프장의 코스는 150야드 이상 홀인원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짧게 설계돼 있었다.

그린버그는 소송을 냈고, 트럼프 재단은 그린버그가 만든 재단에 15만8000 달러를 줬다. 이는 트럼프 재단의 기부로 기재됐다.

트럼프가 경연에서 이긴 시청자의 채무를 갚아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5000 달러를 기부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그의 조건은 뉴욕행 비행기, 그의 사무실인 트럼프 타워행 택시비를 스스로 부담한다는 것이었다. 뉴욕시민이 아니면 트럼프의 기부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WP는 이들 행위를 모두 기부라고 쳐도 다른 재력가와 비교하면 인색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서 트럼프와 함께 324위인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는 2012년 9억2500만 달러(약 1조605억원)를 가족 재단에 기부한 데 이어 2014년에도 5500만 달러(약 630억원)를 박물관, 병원, 예술가 집단, 환경단체에 기증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독지활동을 연구하는 레슬리 렌코프스키 교수는 “트럼프가 남의 돈을 갖고 수표장처럼 써먹고 있다”며 “좋은 기부 모델이 아니라 독특하지도 않고 틀린 짓이며 불량한 독지활동”이라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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