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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폭 투하 사과는 없지만…존 케리 美 국무장관, 히로시마 평화공원 첫 방문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 측에서 현직 장관이 처음으로 히로시마(廣島)의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위령비를 헌화했다.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한 존 케리 국무장관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장관들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함께 11일 오전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해 헌화했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이후 현직 관료가 피폭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평화 공원을 방문하는 의미에 대해 “평화의 중요성과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강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없앨 수 있기를 희망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를 다시 논의하고, 스러져간 이들을 예우하지만 이번 방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언론은 케리 장관의 발언이 미국이 원폭을 히로시마에 투하한 것에 대해 사죄하지는 않는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분석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을 비롯한 일본 외신도 “원폭 투하 사죄 않고”라는 제목을 강조했다. 

[자료=게티이미지]

일본은 G7 장관들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평화를 중요시 하는’ 일본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세계의 지도자들이 피폭의 실정을 접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기운을 높이는데 극도로 중요하다”며 이들의 평화공원 방문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70주기에 “핵무기 공격을 받은 유일한 나라로서 핵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사명이 있다”며 “올 가을 유엔에 핵무기 폐기에 관한 새로운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베가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이용해 ‘피해’의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과거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가해’의 역사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피해자’의 이미지를 강조해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개헌 움직임을 감추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G7 외무장관들은 이날 핵 군축과 핵무기 비확산 문제에 관한 논의 성과를 다룬 ‘히로시마 선언’과 공동성명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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