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월요광장]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제20대 국회의원들을 뽑는 4ㆍ13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제헌국회로부터 68년째 되는 해이니 제18대라야 마땅하다. 그러나 잦은 정변과 헌정중단 때문에 8년이라는 시차가 생겼다. 1988년 5월 30일 출범한 제13대 국회이후에 비로소 4년 임기를 채우기 시작했으니, 한국 입헌민주주의의 안정기는 이제 겨우 28년째인 셈이다.

각 정당의 코미디 같은 공천파동을 비롯해 이번 총선도 소란스러운 과정으로 점철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 과정에서 정작 이번 총선의 시대적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담론을 찾기 어려운 점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주 서양의 한 정책연구소가 보내온 ‘강자의 출현(the rise of the strongman)’이라는 표제의 인터넷 잡지 기사와 첨부된 관련 논문들의 내용에 눈길이 간다. 세계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의 ‘두려움(fear)’이 확산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강자의 출현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 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강자란 고장 난 정치체제를 자기만이 해결할 수 있노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정치지도자들 혹은 정치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실제로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오늘날의 사회문제들을 극도로 단순화시킨다. 그리고는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내세운다. 그것도 단순 어법과 유행하는 속어 등을 사용해가며 대중을 선동한다.

강자들의 출현에 의해 침해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이기 보다 그 내부의 자유주의적 가치다. 다만, 오늘날 대두하고 있는 강자들을 보면서 히틀러, 레닌, 스탈린 같은 20세기 독재자들의 망령을 떠올릴 것까지는 없단다. 중국 시진핑의 리더십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강자들의 독재를 견제하는 내부 장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해도 강자들의 허황된 약속에 속아 그들의 권위주의적인 지배를 수용하게 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원리의 위협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런 현상은 터키, 러시아, 인도, 중국 등에서 뿐만 아니라 서구와 북미 같이 자유민주주의를 오래 시행한 나라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예상외로 돌풍을 일으키는 트럼프와 샌더스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일본에서 승승장구하는 아베의 리더십을 포함시켜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강자들이 틈새를 파고들어 악용하는 일반인들의 두려움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전지구화와 정보화에 따른 세계 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다. 20년 남짓이면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불안감은 아직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이번 총선은 차라리 조용한 편이다. 전반적으로 보수화 되는 경향 속에서 나타나는 이런저런 현상들은 잘해야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기존의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고 이합집산을 통해 패거리 만들기에 열중하는 골목 안 잔챙이들의 병정놀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나마 관심을 끄는 ‘경제민주화’니 ‘양적완화’니 하는 정당간의 정책논쟁도 정부역할을 다소 늘리자는 기조 속의 정책수단의 차이 정도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강자의 출현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우리 선거를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위하기에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강자들의 출현, 그로 인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는 기존의 정치체제가 적시에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정치인들의 패거리 만들기와 이합집산을 한국식 유권자 선호결집 방식인 것으로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현실 정치의 이전투구 속에서지만, 그래도 공익을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안간힘 쓸 그런 인물을 골라 국회로 보내야 한다. 강자의 대두를 고대하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 사태를 막을 수 있기 위해 우리 모두 투표장으로 나서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