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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내일은 슈퍼리치(28) 대학 룸메이트 합작품 ‘곤충바’ 64억 유치
-귀뚜라미 분말로 만든 ‘단백질바’, 다이어트ㆍ운동 애호가들 사이서 인기…프리미엄 마트 속속 진출
-대학 룸메이트 ‘의기투합’ 창업 2년 만에 64억원 유치…포브스 선정 유망 기업가 ‘30 Under 30’ 등재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엔토모패지(entomophage). 우리말로 곤충음식ㆍ곤충식량이란 뜻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곤충을 이용한 식품이 확산하면서 이 생소한 단어가 자주 눈에 띄고 있다. ‘혐오식품’으로 여겨졌던 곤충이 고단백과 친환경 식자재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 단백질바 제조업체 '엑소' 창업주 가비 르위스(왼쪽)와 그레그 스위츠.

그러나 엄밀히 말해 곤충을 단백질원으로 식용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20억명이 곤충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설국열차(2013)’에서도 아랫칸 사람들의 식사대용으로 양갱같은 곤충바를 배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문제는 곤충이 주는 기괴함과 거북함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다.

2013년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주(州) 프로비던스. 아이비리그 명문대로 꼽히는 브라운대 캠퍼스 한곳에서 곤충 식품에 천착하는 두 젊은이가 있었다. 바로 귀뚜라미로 단백질바를 제조ㆍ유통하는 ‘엑소(Exo)’의 공동창업주인 그레그 스위츠(Greg Sewitzㆍ24)와 가비 르위스(Gabi Lewisㆍ25)다.

▶대학 룸메이트의 ‘빈곤퇴치법’=스위츠와 르위스는 대학에 입학해 룸메이트로 친분을 쌓았다. 스위츠는 로스앤젤레스 출신으로 인지신경학과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이스라엘 태생인 르위스는 대학 진학을 위해 20살까지 살았던 영국 스코틀랜드를 등지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전공은 철학과 경제학으로 스위츠와 달랐다.

출신과 배경이 다른 두 친구가 귀뚜라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국제연합(UN) 식량 보고서를 읽고 난 후였다. UN보고서는 증가일로의 세계 인구에 환경파괴 없이 영양을 공급하는 중차대한 역할론자로 곤충을 지목했다. 르위스와 스위츠는 ‘곤충을 먹는 것이 세계 빈곤을 줄일 수 있다’는 UN보고서에 고양돼 대학 4학년때 곤충 단백질바 실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엑소의 단백질바.

때는 2013년 1월. 두 청년은 일말의 망설임없이 살아있는 귀뚜라미 2000마리를 브라운대 캠퍼스 기숙사로 배달시켰다. 당시 귀뚜라미는 온라인 마켓에서 주로 애완동물 이구아나 먹이용으로 팔리곤 했다. 이들에게 배달된 것은 신발상자만한 용기 2박스. 둘은 귀뚜라미를 받자마자 냉동실로 직행시켰다. 이후 꽁꽁 언 작은 귀뚜라미들을 블렌더에 갈아 르위스가 자체 개발한 레시피로 단백질바를 만들었다.

둘은 지역 자연식품 매장에서 10개 가량의 일반 성분을 구입한 뒤 단백질 바의 최초 성분에 섞었다. 여기에는 카카오, 대추, 아몬드 버터, 코코넛 등이 포함됐다. 단백질바 하나당 귀뚜라미 25마리에서 추출한 가루가 들어갔다. 전체 성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였다.

스위츠와 르위스는 귀뚜라미 단백질바의 맛이 의외로 좋다고 판단해 헬스클럽과 건강식품 매장, 농산물 시장,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 만든 온라인 사이트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초 가격은 2.6달러였다.

그러나 초반 판매는 쉽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귀뚜라미를 먹는다는 발상에 관심을 보였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식용 귀뚜라미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심지어 비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두 청년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곤충 파우더가 지속가능한 단백질 대체식품으로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스위츠는 “곤충 혐오감을 없애기 위한 열쇠가 곤충을 통째로 먹는 것이 아니라 곤충 단백질을 사람들이 이미 먹고 있는 식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 컨슈머 리포트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 중인 대부분의 곤충바는 ‘곤충이 들어있다’는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 곤충 파우더 자체가 강한 맛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스위츠는 “소비자들은 곤충 가루를 다양한 음식에 넣어 먹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곤충 가루가 유장(乳漿ㆍ젖 성분에서 단백질과 지방 성분을 빼고 남은 맑은 액체) 파우더나 콩가루, 종국에는 쇠고기나 달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귀뚜라미 단백질바는 다이어트나 운동팬들에게 인기다.

▶다이어트ㆍ운동 팬들에 인기=스위츠와 르위스는 2014년 귀뚜라미 단백질바 제조업체인 엑소를 창업했다. 엑소의 단백질바는 특히 육상선수들과 ‘크로스핏(Cross Fitㆍ여러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하는 고강도 신체운동)’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일례로 데스 레이스(Death Race) 챔피언인 스테파니 비숏은 “나는 수년간 체력을 쌓기 위해 많은 실험을 했지만 엑소만한 것은 없었다”며 “엑소의 단백질 바는 가볍고 맛있고 에너지를 주는 순수한 성분으로 가득차 있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엑소 제품은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엑소 제품은 미국 프리미엄 슈퍼마켓 ‘홀푸드(Whole Food)’와 ‘웨그먼스(Wegmans)’ 외에도 각지 자연식품 전문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스위츠와 르위스는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단백질바 생산을 아웃소싱 업체에 맡겼다.

이같은 판매 증가는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서 귀뚜라미가 영양에 좋을 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귀뚜라미에는 단백질은 물론 철분, 칼슘, 오메가-3 지방산 등 풍부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 환경적인 면에서도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여겨지는 소나 닭 등 가축에 비해 곤충이 물을 덜 필요로 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다이어트 인구 증가와 과도한 가공식품에 대해 커져가는 반감이 곤충 식용에 대한 인식을 ‘호감’으로 바꿔놓고 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육류 대체식품은 콩이나 밀 글루텐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두개 성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소화불량을 초래한다. 또 육류 대체식품 대부분이 많은 가공단계를 거치는 것도 문제다. 스위츠는 “유장 단백질바는 종종 많은 첨가물을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곤충 단백질은 자연상태에서 변형을 최소화시켜 고객들에게 친환경적인 동물성 단백질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스위츠는 “지속가능한 식품을 지향하는 차원에서도, 대체가능한 영양공급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엑소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레스토랑 경영자나 연예인, 운동선수들과 같은 엑소 제품을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2년 만에 400만달러 유치=엑쏘의 성장성과 잠재력은 투자자들도 관심의 대상이다. 2014년 자본금 40만달러(4억6400만원)로 창업한 엑소는 2년 만에 총 560만달러(64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벤처캐피털에서 초기단계의 기업에게 투자하는 시리즈 A 라운드(Series A Round)에서 400만달러(46억원)를 조달했다. 특히 액셀푸드(Accel Foods) 펀드가 큰 관심을 보였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같은 엑소의 성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스위츠와 르위스를 30세 이하 유망 기업가를 뜻하는 ‘30 Under 30’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스위츠는 “투자자들은 항상 엑소에 가장 큰 믿을맨이었다”며 “그들은 말도 안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잠재력이 있는 것들을 짚어내는 안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조달한 400만달러로 사업규모를 확대해 제품개발에 속도를 내고, 나아가 더 많은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곤충식품 판매 회사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액셀푸드의 매니징파트너 로렌 쥬피터는 “스낵바에서 단백질 가루, 단백질 성분에 이르기까지 휴대용 단백질 시장은 550억달러(63조원)에 달한다”며 “귀뚜라미와 귀뚜라미 성분을 애완동물 식품이나 기능식품, 가축사료, 이외의 다른 산업에까지 확장시킨다면 전세계 시장은 3710억달러(428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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