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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자산 1.6조원 레바논 부호의 ‘불가능한 만화 콜렉션’
[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배트맨vs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보면,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이 두 영웅의 싸움에 휘말려 죽는 장면이 나온다. 눈에 띄지도 않는 이 시민 역에 출연한 많은 엑스트라와 스턴트맨 중 특이한 이력의 한 사람이 있다. 배우지망생도, 단순 아르바이트 엑스트라도 아니지만,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좀 특별한 인물이다. 바로 레바논의 6번째 부호, 아이만 하리리(Ayman Haririㆍ37)다.

아이만 하리리

그는 전세계 만화광들, 특히나 희귀 만화 콜랙터들에게는 전설과 같은 존재다. 

지난 3월 23일(현지시각),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르네상스 호텔에서 미국 만화 출판사인 DC코믹스의 만화 전시회가 개최됐다. DC코믹스는 알려진 바 대로, 마블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회사다.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을 비롯한 캣우먼, 스톰, 그린랜턴, 조커 등이 이 회사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이다. 

영화 ‘베트맨vs슈퍼맨’ 포스터

이 전시회에 1000여점에 달하는 개인 소장 만화책들을 선뜻 출품(?)한 사람이 바로 앞서 소개한 아이만 하리리다. 그는 자신의 소장용 작품들을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후원에 나서기도 했다. 덕분에 전시회의 이름을 스스로 지었는데 ‘임파서블 컬렉션(Impossible collection)’이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불가능한 전시회다. 자기 자신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을 컬렉션이라는 자신감이 담겼다.이름에 걸맞게 이 전시회에는 DC코믹스의 역대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초 희귀본 만화들이 대거 등장했다. 

임파서블 컬렉션의 만화책들은 속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만화 뒷배경 이야기나 체험전을 진행한다.

세상에 배트맨을 처음 소개한 디텍티브(Detective) 시리즈, 원더우먼이 첫 등장한 센세이션 코믹스(Sensations Comics), 스피드스터계 슈퍼히어로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플래시의 쇼케이스(Showcase) 등이 등장하면서 전세계 만화팬들을 흥분시켰다. 무엇보다 세기의 영웅 슈퍼맨의 탄생을 알린 액션코믹스(Action Comics)의 첫호까지 등장하면서 만화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아이만이 보유한 개인자산은 14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6000억원을 웃돈다. 2016년 포브스가 산정한 레바논 부호 순위 6번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레바논 전 총리 라피크 하리리(Rafik Hariri 1944-2005)가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번째 아들이기도 하다. 라피크는 제 63대와 65대 레바논 총리를 지내며 1978년에 아랍 최대 건설업체인 사우디오거(Saudi Oger Limited)를 설립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사우디오거 회사 전경

아이만은 바로 사우디오거의 경영권을 물려받아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아버지 뒤를 이어 69대 총리를 지낸 형 사드 하리리(Ssad Hariri)가 최고경영자이자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사우디오거는 건축뿐 아니라 부동산개발, 통신사업, IT서비스, 인쇄사업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상장기업으로 정확한 기업가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바일 통신업체 오거 텔레코뮤니케이션즈(Oger Telecommunications)가 터키텔레콤(Turk Telecom), 아베아(Avea), 남아공의 셀(Cell) 등 여러 통신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큰 자산을 갖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만화책 ’디텍티브 27권: 배트맨의 첫 등장 (first Appearance of Batman)‘ 표지

태어나기 전부터 아랍 최고 건축회사 오너의 승계자이자, 어린 나이에 총리의 아들이 될 만큼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만은 어려서부터 만화책의 광팬이었다. 그러다 수중에 돈이 좀 들어오기 시작한 16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책을 수집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취미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금도 이 취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재작년,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액션코믹스 1권의 오리지널 판본 50부 중 가장 유명한 몇 부가 올라온 적이 있다. 이때 320만달러에 거래되며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만화책으로 유명세를 달리했는데, 그 책의 구매자가 바로 아이만이었다.

만화책 ’액션코믹스 1권: 슈퍼맨의 첫 등장 (First appearance of Superman)‘ 표지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아이만은 액션코믹스 1권의 사본을 두 개나 갖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2011년 216만달러에 인터넷 경매에 올린 것을 아이만이 누구보다 빨리 구매한 것이다. 슈퍼맨의 첫 등장을 알리는 액션코믹스 1권(1938년)은 원본을 구하기 힘들어 만화 매니아들 사이에선 일명 ‘희귀템(희귀한 아이템)’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만화책 ’센세이션 코믹스 1권: 첫 번째 원더우먼 커버 (First Wonder Woman cover everㆍ왼쪽)‘와 ’쇼케이스 4권: 실버시대 코믹북과 플래시의 첫 등장 (the First Silver-Age comic book and the 1st appearance of The Flash)‘

그가 이토록 만화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세상에 없던 존재들이 만화책을 통해 나오고, 그 존재들이 오로지 만화책을 통해서만 정의된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으며,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만화란 요소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인다.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동상. 그가 암살당한 장소인 수도 베이루트에 세워졌다.

총리였던 아버지의 죽음도 그가 만화에 더욱 애착을 갖는 계기가 됐다.
 
2005년, 그의 아버지 라피크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차량폭탄테러로 암살을 당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 사후, 그는 문득 만화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들이, 학교와 병원 등을 세우며 황무지와 같던 레바논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아버지의 모습과 닮았다고 느낀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그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자신의 돈으로 새로운 소셜네트워크 플랫폼까지 설립하게 한 것이다. 2013년, 아이만은 깊은 감정까지 공유하는 모바일 네트워크 서비스 ‘베로(Vero)’를 창립했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앱 ‘베로’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방대한 정보를 수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신, 가까운 지인들과 소통하며 진실된 감정을 교류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 앱을 통해 가까운 사람들끼리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이나 음악, 책, 영화 등을 추천하고 서로 공유하며 마음의 공감을 나누길 바라는 그의 소망이 담겨있다.

“난 지금도 때때로 어린아이가 된다”고 말하는 37살의 만화광, 아이만 하리리의 바람은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번 런던의 DC코믹스 전시회와 별개로, 또 다른 수천 개의 소장 만화책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중에 얼마나 많은 만화책을 수집해 왔고, 거기에 소비한 값은 얼마인지 밝히지 않는다. 빗장을 푸는 순간, 갖고 있는 만화책들의 가치가 일시에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책의 배경이 되는 후일담이나, 만화 속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전 등이 전시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안에 전세계 각지에서 개최 될 예정이다. 개최국과 날짜 등은 아직 미정이다.

seris@heraldcorp.com

그 외 전시회의 주요 작품들

-액션 7권: 슈퍼맨 커버 2장 (2nd ever Superman Cover)
-디텍티브 29권: 배트맨 커버 2장 (The 2nd Cover of Batman)
-디텍티브 31권: 클래식 배트맨 커버 (Classic Batman Cover and pop culture icon)
-배트맨 넘버 1권: 조커와 캣우먼의 첫 등장 (First appearance of Joker and Catwoman – first Batman as its own title)
-슈퍼맨 1권: 슈퍼맨 단독 첫 등장 (First appearance of Superman in his own title and first comic book to ever go into a single character)
-슈퍼맨 75권: 슈퍼맨의 죽음 (Near complete interior art and the cover (also known as The Death of Sup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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