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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살 소녀도 결혼… 美 “‘강제 조혼’ 피해자를 막아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0여년 전 개봉한 미국 영화 <주노>는 이제 겨우 10대 중반일 뿐인 소녀가 원치않은 임신을 한 후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독립 영화치고는 굉장한 히트를 쳤는데, 그 이면에는 10대 청소년의 결혼이 비일비재한 미국 현실에 대한 공감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미성년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지난 3월 결혼 허용 연령을 16세로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버지니아에서는 12살 어린아이도 임신했을 경우 결혼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돼 ‘몇겹 띠동갑’ 커플도 종종 탄생했지만, 이제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미국 언론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버지니아의 움직임이 미국 전체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뉴욕, 메릴랜드, 뉴저지 등 다른 주들도 속속 유사한 법안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결혼을 허용하는 나이는 18세지만, 이는 허울 뿐이었다. 부모 허락하거나, 법원이 허용하거나, 임신을 했을 경우 결혼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6년 뉴저지에서는 10살 소년과 18살 소녀가 결혼하는 일이 벌어져 충격을 안겼다. 버지니아의 비영리 여성인권단체 타히리 저스티스 센터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4개 주에서 2000~2010년 청소년이 결혼한 사례는 무려 1만4000건에 달한다.

특히 이들 결혼 대부분은 같은 10대끼리의 결혼이 아니라, 수십년의 나이 차가 있는 커플이었다. 일례로 뉴저지에서는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총 3499명의 미성년자가 혼인 신고를 했는데, 91%는 배우자가 성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까지 나이 차가 나는 결혼은 사실상 미성년자의 의지와는 무관한 ‘강제 결혼’이라고 지적한다. 부모들이 사회적ㆍ경제적 이익을 얻으려고 자녀를 결혼시킨다는 것이다. 타히리 저스티스 센터는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만 ‘강제 결혼’한 18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3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결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조혼(早婚)이 미성년자의 삶을 망가뜨린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녀들에게 있어서는 건강을 위협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하며, 가정 폭력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버지니아의 질 보겔 상원의원은 “누군가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건 범죄 아냐?’라고 말이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희생자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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