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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진 세림이법 ②] ‘통학차량 운전자 자격’ 여전한 논란
[헤럴드경제=신동윤ㆍ이원율ㆍ유오상 기자] 어린이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단순히 차량을 운전하는 역할을 넘어 사실상 통학 지도 교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전기사의 자격 및 조건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어린이 통학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해당 차량의 안전을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운전자에 대한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경찰 및 교통안전 관련 학계에 따르면 통학 과정에서 아동이 보다 안전한 환경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1년전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세림이법)에서 다소 가볍게 여겨진 운전자에 대한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설비 기준이 강화되고, 관련인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강화되고 있지만 운전자 선정 기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설비 기준이 강화되고, 관련인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강화되고 있지만 운전자 선정 기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현행법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는 해당 차급에 맞는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대신 2년에 한번 3시간 이상 어린이 통학 안전과 관련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이 실제 아동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어린이집 통학차량 운영만 16년째라는 이모(56) 씨는 ”2년에 한번 받는 교육을 지금껏 세차례 다녀왔지만 갈때마다 이전에 봤던 똑같은 동영상을 틀어주고 강사가 나와 비슷한 내용으로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전부였다”며 “하다 못해 응급처치나 상황별 연습과 같은 실습하나 없는 교육으로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통학차량 운전자를 고용하는 쪽에서 적극적으로 걸러내지 않는다면 성범죄나 폭행 등 각종 범죄 전력과 난폭운전 등으로 인해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운전자도 통학차량 운전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성영화 순천향대 특수아동교육연구소 연구원 외 1명이 공동저술해 ‘어린이 미디어 연구’란 저널에 게재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운행과 관련한 교사의 인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어린이집에서 근무중인 교사 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3.4%의 교사들이 차량에 탑승한 영유아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를 반영하듯 설문에 응답한 교사의 91.4%가 운전기사의 자격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교수 역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통학차량 운전자들이 자격증명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꾸준히 교육받고 인식을 전환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 자격증 제도가 실시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도 있다.

허억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장은 “캐나다의 경우 통학차량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관련 기록이 전혀 없어야하며 심폐소생술(CPR), 응급구조 자격증도 따야하는 등 선발 기준이 까다롭다”며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도 자잘한 잘못이 2~3건이면 통학버스 운전을 할 수 없도록 강력한 벌점제도를 시행해 안전 사고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사 자격제도를 실시함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격증을 갖춘 인력수의 한계가 발생해 수급에 불균형이 생길 수 있으며, 인력비가 증가해 그 부담이 학부모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유치원을 운영중인 임모(42) 씨는 “통학차량 운전자의 경우 하루에도 특정 한 곳이 아닌 여러곳의 학생 통학을 책임지는 등 바쁜 생활을 이어가다보니 자격증을 취득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소정의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이처럼 상승된 비용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분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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