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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진 세림이법 ①] “엄마, 학원 봉고차 타는 거 너무 무서워”
-세림이법 1년됐지만 ‘안전불감증’車 계속 도로 활개
-부실한 학원ㆍ체육클럽 봉고, 어린이 안전 ‘위협’
-적발은 늘었지만, 어린이 안전 사고도 잇따라 발생
-“일부 체육관차량 내년까지 단속 유예 문제” 시각




[헤럴드경제=신동윤ㆍ이원율ㆍ유오상 기자] #1. 서울 마포구에서 체육클럽을 운영 중인 이모(36) 원장은 12인승 승합차를 자신이 직접 운전하며 통학차량을 운영 중이다. 이 씨는 내년 1월까지로 유예된 ‘세림이법’ 적용 대상인 점을 활용해 차량 개조와 동승자 탑승을 최대한 미루고 있는 중이다. 이 원장은 “체육시설 통학버스 중 태권도만 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경기에 자금 여유가 없다보니 어린이보호표시를 제외한 광각실외후사경, 상단 표시등, 어린이 탑승용 발판, 운전자측 정지표시장치 등을 설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단속이 바로 코앞에 닥치면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8) 원장은 올초 한대 당 수백만원을 들여 학원 통학차량을 개조했다. 이른바 ‘세림이법’으로 통학차량에 대한 높아진 안전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사실 수십만원 수준인 과태료는 무섭지 않다”며 “학원을 찾아오는 학부모들의 따가운 시선에 어쩔 수 없이 한 측면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김 원장 학원의 통학차량은 15인승 미니버스지만 동승자 없이 운행하고 있는 등 단속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전문 어학원이기 때문에 선생들이 돌아가며 동승자 역할을 할 수도 없고, 따로 고용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자동문을 달아놓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강화된 도로교통법(세림이법)의 안전 기준에 맞춰 개조하지 않은 채 운행중인 어린이 통학차량.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강화된 도로교통법(세림이법)의 안전 기준에 맞춰 개조하지 않은 채 운행중인 어린이 통학차량.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하 세림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곳곳에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내년 1월말까지 태권도, 검도 등 6개 종목을 제외한 체육관이나 학원에서 운영 중인 15인승 이하 통학차량의 경우 신고 의무 대상에서도 빠져있다보니 아이들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고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 ‘2015년 어린이통학차량 전수조사’ 결과 전체 7만7123대의 어린이 통학차량 중 신고차량은 70.6%인 5만4444대였으며 29.4%에 해당하는 나머지 2만2679대는 미신고 차량이었다. 10대 중 3대는 아직 안전 기준에 맞도록 차량을 개조하지 않거나 동승자를 구하지 못해 신고를 미루고 있는 차량인 것. 그만큼 통학 과정에서 어린이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허억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장은 “사설 학원이나 체육시설이 영세하다는 이유로 세림이법 적용을 유예시켜준다는 생각 자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오히려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안전장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차량을 운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해당 업체들을 아무런 대책없이 규제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의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고도 잇따르는 등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서울 이수역 부근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눈길에 유치원생들을 태우고 운전한 운전기사가 적발됐다. 작년 4월 경기도 용인에서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뒷문이 열린 채 출발하면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여아가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11일에는 서초구 방배동 부근에서 15인승 차량에 보육교사 1명과 초등학생 23명을 태운 태권도 학원 차량이 적발됐다. 좌석이 부족한 아이들이 서서 가고 안전띠도 제대로 매고 있지 않아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한편 ‘세림이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나며 적발 건수는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1~3월 24건에 불과했던 통학버스 불법 단속 건수는 올해 1분기엔 1만1160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단속 건수인 2015건보다도 5배 가랑 많이 적발됐다. 세부 항목별로는 전좌석 안전띠 미착용이 6261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운전자 의무위반 741건, 미신고 운행 97건, 기타 824건 등의 순서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1분기(1~3월) 통학버스 사고에 의해 사망한 어린이는 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명 감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작년 1월 시행된 세림이법의 단속 유예로 같은해 9월부터 단속을 시작했기 때문에 올해 적발 건수가 크게 늘었다”며 “이를 감안해도 크게 차이나는 수치라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보인다”고 했다.

김명수 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은 위반 시 처벌 조항이 너무 경미하다”며 “최근 강화되고 있는 외국의 경우를 참고해 법적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림이법은=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법안.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 산남동에서 김세림(당시 3세) 양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 이후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2015년 1월2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안이다. 다만 15인승 이하 학원과 체육시설 차량에 대한 동승자 탑승 의무는 이들이 영세하다는 이유로 내년 1월 말까지 단속 유예돼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어린이 통학차량(9인승 이상 버스ㆍ승합차)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반드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며 ▷어린이나 유아를 태울 때는 승ㆍ하차를 돕는 성인 보호자 탑승을 의무화하고, 보호자의 안전 확인 의무가 담겨 있다. 즉, 운전자 외에 성인 보호자 한 명이 동승해 어린이의 승ㆍ하차 안전을 확인해야 하며, 운전자는 승차한 어린이가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한 뒤 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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