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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성소수자 차별 법안 봇물… 올해만 200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각 주에서 성소수자, 이른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노골적으로 차별하려는 법안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 기업들이 비판 여론을 고취시키며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은 5일(현지시간)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 글로벌 운영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가 이달 1일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산하 지방자치단체들의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례를 모두 무효화하고, 인종ㆍ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받은 노동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트랜스젠더가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성별과 다른 화장실이나 탈의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댄 슐먼 페이팔 최고경영자(CEO)는 “새 법은 차별을 영속화하고, 페이팔의 사명과 문화의 핵심에 있는 가치와 원칙을 위반한다”고 투자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페이팔 이외에도 애플, 구글, 페이스북, IBM, 트위터 등 주요 IT 기업과 힐튼, 메리어트, 스타우드, 에어비앤비, 우버 등 관광 기업,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뱅크 등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주지사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또 이 법이 통과된 후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애틀랜타 등의 시정부들과 워싱턴, 뉴욕, 코네티컷, 미네소타 등의 주정부들은 공무원들이 노스캐롤라이나에 공무 출장을 가지 못하도록 해, 지역 간 갈등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같은날 미시시피주에서도 동성애자를 차별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이 전격 통과돼 비슷한 갈등이 예고된 상태다.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자들에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부 차별에 대한 양심의 자유 보호법(Protecting Freedom of Conscience from Government Discrimination Act)’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혼인’에 대해 ‘남성과 여성 간 결합’이라고 명시하고 성관계 또한 이러한 형태의 혼인을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브라이언트 주지사는 “종교적 신념과 도덕적 확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오는 7월 1일 발효된다.

이는 곧장 반발을 불러왔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미시시피 지부의 제니퍼 라일리 콜린스 지부장은 “공평, 정의, 동등이라는 국민의 기본적 원칙에 위배되며 그 누구의 종교적 자유도 보호하지 못하는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성명을 통해 “미시시피에서 통과된 혐오스러운 새 법안은 우리 나라에 일고 있는 진보의 물결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조지아주에서도 미시시피주와 거의 비슷한 취지의 ‘종교자유법안’에 대해 네이선 딜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해 제동을 건 바 있다. 당시 딜 주지사는 “사랑, 친절, 관용으로 충만한 조지아 주와 조지아 주민의 성격에 반한다”는 이유를 대며 법안 서명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헐리우드의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줄줄이 투자를 취소하겠다고 압박하면서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미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최근 들어 그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30개가 넘는 주에서 성수수자 차별 법안 200여개가 도입 시도됐고, 현재까지 총 3개 법안이 최종 통과됐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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