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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브랜드 없애자 매출이 늘었다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몇년 째 ‘마이너스 성장’ 위기에 빠진 백화점들이 최근 ‘매출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 백화점 내 브랜드간 벽을 없애고, 제품별 진열을 새로 했더니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2월 26일 증축을 거쳐 매장을 새단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말까지 한 달여 기간 동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1%나 증가했다. 몇 년 간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이 요원했던 상황에 비춰보면 기록적이다.

지난 2014년 3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를 리뉴얼하면서 ‘벽 없앤 백화점’으로 변신했다.

특히 슈즈 전문관(29.1%)이나 아동전문관(40.7%), 생활전문관(38.7%) 등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도입한 전문관 매장이 성장을 견인했다. 이 매장들은 한 개 층을 거의 다 사용하다시피 한 규모로, 브랜드간 구분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보통 백화점 매장은 층별로 장르를 구분해 놓고, 해당 장르에 맞는 브랜드를 구획별로 들여놓는다. 그러나 신세계의 아동전문관은 아동의 성장 과정에 맞게 제품을 구분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임산부들이 태교부터 출산 준비에 관한 제품들을 상담하면서 살펴볼 수 있는 매장, 신생아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모아놓은 매장, 아동의 발달 주기별로 유모차들만 대거 모아놓은 구획 등 시기별로 필요한 상품을 볼 수 있게 했다.

지난 2014년 3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를 리뉴얼하면서 ‘벽 없앤 백화점’으로 변신했다.

생활전문관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생활매장은 가전, 주방용품, 식기류 등의 구분을 기본으로 브랜드별 매장 배치가 되어있었다. 판매 사원들도 해당 브랜드 소속 사원인 경우가 많아, 자사 제품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해당 브랜드의 매출이 판매 사원의 실적에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세계의 생활전문관은 이 같은 브랜드의 구분을 없애고 소형 가전끼리, 냄비나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끼리 제품을 모아놨다. 강남점의 전문관에서는 브랜드간 구별을 해놓은 벽을 볼 수가 없다.

지난 2월 26일 증축을 거쳐 매장을 새단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백화점 내 브랜드간 벽을 없애고, 제품별 진열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벽 없앤 백화점’은 국내에서 갤러리아백화점이 먼저 시도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14년 3월 청담동에 있는 명품관 웨스트를 리뉴얼하면서 브랜드간 벽이 없는 형태를 처음 선보였다. 2층에 있는 여성 의류, 속옷매장과 3층과 4층의 신발 매장이 대표적인 형태다. 3층의 여성 신발 매장은 브랜드간의 구분이 없고, 부츠나 샌들 등 아이템별로 진열을 해놨다.

브랜드별 구분 없이 제품을 모아놓은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면서 매출도 올랐다. 매장을 새단장해 연 이후 6개월여만에 매출이 12% 상당 신장했다. 한자릿수 신장을 벗어나지 못했던 당시 상황에 비춰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지난 2월 26일 증축을 거쳐 매장을 새단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백화점 내 브랜드간 벽을 없애고, 제품별 진열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브랜드간 벽을 없앤 진열은 소비자들이 쇼핑하기에도 편하고 브랜드들도 선호하는 방식이 됐다. 브랜드별로 매장을 나눠놓으면 특정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여러 매장을 일일이 들러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브랜드에 소속된 직원들이 자사 제품 구매를 유도하다보니 소비자들이 여러 제품의 장단점을 다양하게 보지 못하는 단점도 있었다.

그러나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으면 비교구매가 수월해지고, 트렌드도 한 눈에 들어온다.

제품별 진열 방식은 브랜드 노출보다 상품 노출이 더 잘되기 때문에 상품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은 이 같은 변화에 더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브랜드간 구별을 없앤 이후 신규 고객 유치가 잘된다는 브랜드들도 있다. 브랜드간 경계를 넘은 연관구매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셔츠를 산 고객이 이에 어울리는 바지를 보려 할 때, 해당 셔츠와 같은 브랜드의 바지만 보는게 아니라 매대에 있는 제품을 두루 보고 브랜드 제한 없이 마음에 드는 바지를 고른다는 식이다.

갤러리아는 ‘벽 없는 백화점’이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에 대해 처음 시도한 공간이 명품관 웨스트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명품관 이스트는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고전적인 명품이 많아 브랜드간 경계를 없애기에 어려움이 있다. 브랜드 자체가 경쟁력인 매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품관 웨스트는 브랜드 가치가 뚜렷하면서도 서로 어울리기에 무리가 없는 브랜드들이 많다.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고객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해외 백화점이 많이 쓰는 ‘벽 없는 백화점’ 형태에 대해 친숙하고 반갑다는 반응도 많다.

갤러리아는 리뉴얼 과정에서 아예 마네킹과 옷걸이 등도 자체 제작해 사용하는 등 벽 없앤 매장에 통일성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브랜드 포장을 없애고 상품 경쟁력만으로 제품을 돋보이게 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이 같은 전략 자체가 갤러리아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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