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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왕, 피파… 검은 돈은 왜 파나마에 스며드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40억 달러(4조6300억원) 등 남미 마약 조직 돈 세탁. 알프레도 아위트 피파(FIFA) 부회장과 라파엘 카예하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의 60만달러(7억원) 뇌물 수수… 지난해와 올해 드러난 파나마 현지 로케(location) 검은 거래들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를 통해 제기한 역외탈세 의혹 이전에도, 파나마는 종종 돈 세탁과 같은 검은 거래의 주무대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돈 세탁의 온상’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한 탓에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해 세운 회사도 이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심을 사곤 했다.

실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세계은행이 대형 부패 사건을 묶어 펴낸 자료에서 파나마 국적의 연루 기업이 미국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다음으로 많았다.

[사진=123rf]

파나마에서 이처럼 검은 거래가 만연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파나마는 1980년대 마누엘 노리에가 군부 독재정권 시절 콜롬비아 마약 조직의 자금 거래소로 기능하며 검은 거래의 온상으로 기능하기 시작해 이후 계속해서 추문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도 파나마는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 협정은 자국 금융기관이 보유한 다른 나라 고객 계정에 대한 정보를 해외 정부들과 교환하는 다자간 협약이다. 버진아일랜드 같은 조세 피난처도 서명했지만 파나마는 하지 않았다.

주주명부나 주권에 주주의 성명이 명시되지 않은 ‘무기명 주식’ 관련 규정이 느슨한 것도 원인이다. 무기명 주식은 손쉽게 양도가 가능해 검은 거래 수단으로 자주 이용된다. 이번 ‘파나마 페이퍼’의 출처인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는 무기명 주식 관련 사업을 2005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파나마로 이전했는데, 버진아일랜드가 무기명 주식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파나마 정부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파나마 정부는 노리에가 축출 이후 나름의 노력을 했다. 특히 2013년 취임한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부정과 부패를 일소하겠다고 밝힌 뒤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4월에는 돈세탁 방지 강화 법안을 통과시켜 의심이 가는 모든 거래를 감독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고, 같은해 12월에는 무기명 주식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이에 지난 2월에는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파나마, 알제리, 앙골라 등 3개국을 감시 대상 블랙리스트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FT는 이번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로 인해 파나마가 국제사회의 투명성 압력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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